<사설> 설립 첫돌맞은 해외SW지원센터

 정보통신부가 국내 소프트웨어(SW) 벤처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설립한 해외소프트웨어지원센터(KSI)가 지난 24일로 설립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시에 260평 규모로 문을 연 KSI는 설립 1년만에 14개 창업지원실을 갖춘, 명실상부한 미국시장 진출의 창구로 정착되고 있다.

 지금까지 KSI의 성과는 수출실적이나 매출액 면에서 확인된다. KSI 입주업체들의 지난해 총수출액이 724만5000달러로 약 5300만 달러로 추정되는 국내 SW 전체 수출액의 13.7%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KSI가 SW수출 교두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또 입주업체들의 매출액을 보면 지난해 IMF체제의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전년대비 약 60% 증가한 총 29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같은 성과는 이미 국내에서 기술력을 검증받은 SW업체들을 입주시킨 데서 비롯된 것이지만 저렴한 창업지원서비스, 현지 채널연결 등과 같은 KSI의 역할도 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KSI의 역할이 단순한 창업보육에 그치지 않고 현지 SW업체들의 제품개발정보를 제공하고 법인설립을 비롯해 회계·금융·영업상담 등 마케팅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를 지원, 제공한 것이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KSI가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두고 깊이있게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의 부재와 함께 단순한 정보제공에 그치는 미흡한 컨설팅, 부실한 입주업체 선정,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우선 KSI가 입주업체들의 마케팅과 해외 자본유치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전문가가 너무 부족한 실정이다. 현지 전문가 없이는 깊이있는 지원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단순히 해외언론이나 벤처캐피털의 주소를 알려주는 정도의 지원활동은 별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다.

 입주업체 선정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일부 입주업체 중에는 사전준비 없이 무작정 현지 진출했다가 입주 뒤 바로 활동을 중단해버린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자금지원이 안돼 직원들이 생존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라고 하는데 「일단 가면 되겠지」식의 무작정 진출은 지양해야 한다.

 이같은 현상은 창업아이템·마케팅능력 등 현지시장 진출 준비정도를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채 국내에서 입주기업을 선정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선정과정시 미국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제대로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해외사정에 밝은 현지 관계자가 KSI 입주기업 선정과정에서부터 적극 참여해 이런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일단 입주한 업체에 대해서는 KSI졸업 이후까지 배려하는 좀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입주업체의 실패는 한국 SW산업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입주업체들 역시 현지진출 목적이 좀더 신속한 정보습득과 제품개발 때문이라고 한다면 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은 가장 절실한 사항이다.

 미국에서 벤처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필수다. 여기에서 유망한 투자자본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발판이 되며 이는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인적 네트워크는 하루아침에 구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KSI를 실리콘밸리 내 코리안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실리콘밸리 진출은 우리 SW업체들이 반드시 넘어서야 할 벽이다. 국내 SW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사전에 미국 SW산업 특성에 대한 더욱 철저한 조사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KSI의 외형 성장에 치중하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이나 꼭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꼼꼼히 파악, 점차 지원 범위와 내용을 넓혀 나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