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 3년 일본에서는 휴대정보단말기(PDA)가 휴대폰 단말기의 위세에 눌려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 조사에서 지난해 PDA의 일본 국내 출하대수가 45만4000대를 기록, 관련 제조업체에서는 또 다시 실망했다.
휴대폰 단말기는 휴대형 정보단말기로 기능을 늘리며 PDA 영역을 서서히 침범해 들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전자우편 송수신 기능에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제공 서비스까지 등장해 위협 강도가 한층 강해졌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PDA 영역 중 많은 부분이 휴대폰 단말기 쪽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PDA가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PDA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샤프는 자사 「자우르스」를 정보서비스의 수신 단말기로 변신시켜 활로 찾기에 나섰다.
최근 샤프는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하는 유료 정보의 수신기능에 초점을 맞춘 자우르스의 신기종 「MI-P1」을 내놓았다. 인터넷 접속에는 휴대폰 단말기를 이용한다.
샤프는 이 「MI-P1」의 출시와 동시에 콘텐츠 제공업체와 협력해 자우르스 전용 정보서비스인 「샤프스페이스타운」도 개시했다.
이를 계기로 샤프는 자우르스의 출하 대수를 현재의 3배인 연간 100만대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보서비스와 연계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큰 것이다.
자우르스는 일본에서 PDA시장을 일으켰을뿐 아니라 현재 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최강 제품이다. 지금까지 다른 업체에 앞서 전자우편 송수신 기능, 디지털 카메라와 연계, 웹브라우저 등과 같은 새로운 기능도 꾸준히 추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하대수는 지난 93년 판매개시 이후 연간 30만대 정도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
샤프는 정보서비스와 연계가 이 한계를 깨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DA에서 이같은 움직임은 사실 자우르스 뿐만이 아니다. 세계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스리콤도 올해 정보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기종 「팜7」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팜7은 무선통신 기능을 자체 내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리콤은 현재 인터넷 상에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22개사 등과 협력해 팜7용 콘텐츠를 준비중이다.
샤프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할 지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는 당분간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휴대기기용 정보서비스에서 휴대폰 단말기 쪽이 한발 앞서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가 개시한 「i모드」서비스를 시작으로 4월에는 동종 사업자인 DDI셀룰러 그룹과 일본이동통신(IDO)에서도 정보제공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게다가 이들 휴대폰 정보서비스와 비교해 샤프가 준비해 온 독자의 콘텐츠가 더 충실하다고 말하기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3개 업체와 협력해 제공하는 샤프 쪽 서비스의 경우 학생 대상의 취업정보를 비롯해 콘서트, 레스토랑 등의 정보,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하는 뉴스 정도다. NTT도코모의 i모드가 서비스 개시부터 67개사의 콘텐츠 제공업체를 모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샤프는 5월 이후 서비스를 추가해 서서히 내용을 보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월 2개 정도 새 서비스를 추가해 현재의 학생과 비즈니스맨에 국한된 정보 대상 범위를 중·고생과 주부층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샤프의 서비스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음악이나 서적의 온라인 서비스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샤프는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연내 「AV자우르스」로 불리는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종에서는 음악재생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전자서적용 전용 단말기를 겨냥한 서적데이터 서비스 계획도 포함돼 있다.
샤프에서는 휴대폰용 정보제공서비스와 자우르스 등 PDA용 서비스가 공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근거로는 휴대폰과 PDA의 화면 크기나 조작성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예를 들면 PDA의 경우 한 화면에서 보다 많은 정보를 표시할 수 있고 펜을 사용해 메뉴를 선택할 수 있어 음악이나 서적데이터의 수신단말기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휴대폰은 곤란하다는 점이다.
사실 휴대폰과 PDA의 공존은 이미 전자우편의 송수신에서 나타나고 있다. NTT도코모의 「포켓보드」 등 휴대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전자우편용 단말기의 경우 순조롭게 출하대수를 늘리고 있다. 전자우편을 주고받는데 휴대폰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고객들이 몰려든 결과다.
샤프도 지난해 12월 「커뮤니케이션팔」이라는 전자우편용 단말기를 내놓아 3개월만에 4만대의 출하를 올리는 재미를 보았다.
샤프가 정보서비스와의 연계에서 노리는 것도 바로 이같은 구도다. 휴대폰의 정보서비스에서 불만족한 사용자를 흡수하는 것이다.
샤프는 값싼 휴대폰 단말기에 익숙한 사용자를 끌어 들이기 위해 신기종 가격을 이전 최저가 기종의 6만2000엔에 훨씬 못미치는 3만8000엔으로 크게 낮췄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