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연 6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세계 게임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소니와 닌텐도. 소니는 지난 95년 플레이스테이션을 내놓으면서 게임기시장 평정에 나서 현재 세계시장의 약 58%를 차지하고 있다. 소니는 이미 세계적으로 5000만대에 달하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보급했으며 미국에서만도 여섯 가정 중 한 곳은 플레이스테이션을 이용한 게임을 즐기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타이틀 수는 올해 말 600종에 달할 전망이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보다 1년 늦게 닌텐도64를 내놓은 닌텐도도 세계시장에서 약 39%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2위 자리를 탄탄하게 지키고 있다.
한편 이들 양사가 세계 게임기시장을 장기집권할 조짐이 보이면서 최근 3위 업체인 세가와 VM랩스라는 신생업체가 반기를 들고 나서 향후 게임기시장이 기존 2강 1약 구도가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업체의 참여로 4사체제로 재편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니와 닌텐도의 자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가장 큰 업체는 만년 3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세가. 세가는 지난 95년 플레이스테이션 출시와 비슷한 시기에 새턴이라는 신제품을 내놓고 게임기시장 재패를 노렸으나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64의 위력에 눌려 전체 게임기시장의 3%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소니, 닌텐도에 이어 게임기시장 제3위 업체라는 위치가 걸맞지 않을 만큼 미미한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세가는 일그러진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드림캐스트라는 신제품을 지난해 11월 일본시장에 내놓은 데 이어 기능을 한 단계 향상시킨 제품을 올 9월 9일 미국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미국시장 진출을 계기로 드림캐스트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시장확대를 꾀한다는 게 세가의 전략.
판매가가 이미 199달러로 정해진 드림캐스트는 세가에게 그야말로 「꿈을 이뤄줄 제품」이다. 우선 드림캐스트는 경쟁제품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성능의 128비트 명령어축약형컴퓨터(RISC) 프로세서와 3D 그래픽칩, 64채널 오디오칩을 탑재했다. 128비트 프로세서는 닌텐도64의 두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4배에 달하는 성능을 제공한다고 세가측은 주장한다. 드림캐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기중 최초로 인터넷 접속기능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웹 브라우징이나 채팅, 전자우편 송수신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게임도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게임기인 것이다. 이더넷카드용 슬롯을 내장하고 있어 향후 홈네트워크에 연결할 수도 있다. 세가는 미국시장 출시시점에 맞춰 내장된 모뎀을 56Kbps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세가는 이밖에 드림캐스트를 인터넷접속장치로 사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아이오메가의 100MB 집드라이브를 세가의 드림캐스트에 맞게 개발하기로 제휴했으며 9월부터 이를 옵션품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드림캐스트는 이메일이나 다운로드한 홈페이지 정보를 서버에만 저장하게 돼 있으나 외장형 저장장치를 이용하면 사용자들의 인터넷 사용환경이 훨씬 풍부해진다고 세가측은 설명한다.
세가는 드림캐스트 출시시점에 맞춰 12종의 게임CD를 내놓고 연말에 30종을 추가로 내놓음으로써 게임SW가 많지 않아 구입을 꺼리는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부추긴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1월이후 일본시장에서 드림캐스트 판매대수는 100만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와 닌텐도의 아성을 노리는 업체로 VM랩스라는 신생업체도 빼놓을 수 없다. 미 실리콘밸리에 있는 이 회사는 누온(Nuon)이라는 자체개발 프로세서를 통해 소니·닌텐도·세가의 3자구도를 깨뜨린다는 야심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누온프로세서는 게임기용 칩에 MPEG2 디코더를 내장해 게임기와 DVD플레이어를 통합한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게 VM랩스측의 설명. VM랩스는 올 크리스마스 시점에 맞춰 누온탑재 게임기 겸용 DVD플레이어를 내놓기 위해 세계적인 가전업체들과 협의중이어서 게임기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VM랩스는 최근 DVD비디오 출하개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DVD비디오시장이 개화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갖춰졌다고 보고, 내년 정도 DVD플레이어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대폭 늘어나면 DVD플레이어와 가격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누온 탑재장치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개발업체 중 이미 몇개사가 누온용 게임 개발에 나섰다.
업계 분석가들은 DVD 시장의 활성화에 힘입어 브랜드 인지도나 별도의 마케팅 노력 없이도 제품판매고를 높일 수 있다는 VM랩스의 전략이 기발하면서도 성공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들 업체의 견제에 대응해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차기버전인 플레이스테이션2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외에 새로운 휴대형 게임기 포켓스테이션을 선보임으로써 휴대형 게임기시장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다. 올해중 100개의 게임타이틀을 출시해 기존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소니가 내년중 내놓을 예정인 플레이스테이션2는 드림캐스트와 유사하게 인터넷 접속기능을 갖추고 CD롬 외에 DVD로 된 게임도 실행할 수 있게 개발되고 있다. DVD비디오 재생까지 가능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2에 인터넷 접속기능을 넣더라도 게임기 자체의 기능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혀 세가와 전략을 달리함을 시사했다.
플레이스테이션2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32비트 제품과 하위호환성을 제공한다는 것. 이는 큰 의미가 있는 부분으로, 이미 확보된 5000만명의 플레이스테이션 사용자를 그대로 플레이스테이션2 사용자로 가져갈 수 있게 돼 소니의 시장점유율 유지 및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플레이스테이션2는 이밖에 도시바와 SCE가 공동개발한 128비트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프로세서 내에 그래픽칩과 IO프로세서, 사운드 신서사이저 등을 내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는 2001년경에야 선보일 예정이다.
<안경애기자 ka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