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중반 국내 이동전화 시장에 신화적 자취를 남겼던 모토로라가 기나긴 동면을 마치고 재기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이동전화시장이 디지털로 재편되기 전만 해도 모토로라는 전세계 이동전화시장을 거의 석권함으로써 정보통신 일인자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과거의 위력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모토로라는 국내 이동전화시장이 CDMA로 전면 재편된 지금 또 한번의 신화창조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팬택과 어필텔레콤·텔슨전자 등과 제휴를 토대로 CDMA 연구 개발을 진행해온 데 이어 올해는 공격태세로 돌아선 것이다.
모토로라반도체통신 휴대형 전화기 사업부문의 총괄자이자 「아날로그 신화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오인식 부사장(51)은 10여년의 노하우를 토대로 또 한번 호황을 예감하고 있다.
오랜 침묵 끝에 지난해 출시했던 PCS 단말기와 스타택 휴대폰이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그 여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별도 유통망이 없어 사업자들의 구매에 의존해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지금은 전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제품 공급을 요청해오는 등 전세도 완전히 역전됐다.
오 부사장은 『그러나 소비자들과 일대일 영업을 할 수 있을 만큼 자체 유통망이 갖춰지지는 못했다』며 『사업자들과 원만한 제휴관계 속에서 영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업자가 제품 구매를 희망하고 있어 굳이 독점방식을 취하지는 않겠지만 일부 디자인을 차별화한 전용 단말기로 새롭게 제휴를 모색하겠다는 설명이다.
오 부사장은 또 『4월들어 국내 이동전화시장이 총체적 불황을 맞는 등 예측불허의 난제가 많아 수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토로라와 제휴관계에 있는 국내 유망 벤처기업들을 통해 올해 중 다수의 수출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귀띔했다.
모토로라가 올해 신제품으로 준비중인 이동전화단말기는 5개 정도. 오 부사장은 디스플레이 고급화와 디자인 차별화를 주요 경쟁요소로 꼽았다.
예측불허의 변수와 숨가쁜 경쟁의 소용돌이 앞에서 모토로라는 지금 비상의 순간에 와있다.
<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