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정·재계 간담회에서 데이콤 인수 의사를 공식 표명하면서 그간 수면 아래서만 진행됐던 LG의 데이콤 지분제한 해제 문제가 공식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날 구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다른 그룹회장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그 정도면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그간 줄곧 견지해온 기본 입장이 「선 LG의 정식요청, 후 검토」라는 것을 감안할 때 추가 수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LG그룹은 늦어도 내달 초까지는 정통부에 데이콤 지분제한 해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는 이 문제가 개인휴대통신사업권 허가 당시 정통부의 요청에 의해 정통부 장관에게 각서를 제출해 비롯된 만큼 해제 요청도 정통부 장관에게 전달하겠다고 설명했다.
LG는 또 지분제한 해제 요청은 쉬쉬하면서 할 일이 아니라고 전제하고 언론 등에 완전 공개하는 투명한 절차를 밟겠다고 강조했다.
「뜨거운 감자」를 안게 된 정통부의 현재 분위기는 일단 긍정 검토로 압축되며 일부 실무 간부들은 『이미 결론이 난 문제를 가지고 정통부에 행정적 짐을 떠넘기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통부는 LG가 데이콤 지분제한 각서를 제출할 당시와는 시장환경이나 정책기조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LG가 이같은 정황을 충분히 전달하고 논리가 뒷받침된 해제 요청을 해온다면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통부 일부에서는 특히 LG와 현대의 반도체 빅딜 타결로 데이콤 문제 역시 현실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이 문제를 실무선인 정통부가 앞장서는 데 대한 「감정」도 간간이 표출되고 있다.
LG는 데이콤 지분제한 족쇄가 풀릴 경우 데이콤 경영권 인수는 확실히 하고 있지만 데이콤을 상대로 곧바로 칼을 휘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룹 문화가 「점령군 행세」에는 거부감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데이콤 지분문제가 불거진 올초부터 직원들이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현재의 데이콤 분위기도 감안해야 한다. 2대주주로 등장, 견제세력화한 삼성그룹의 입장도 일정부분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인수는 하지만 조직의 동요를 최소화는 방향에서 점진적인 「LG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LG가 데이콤의 주인으로 등장해도 당분간 큰 변화는 지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은 인사나 재무 등 핵심분야의 임원 한두명 정도를 파견하는 선에서 데이콤호의 항로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