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4월 토론내용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와 디지털 유통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 27일 경기도 과천시에 소재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원장 김효석) 대회의실에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와 디지털 유통"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학계.업계.언론계에서 2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진지한 의견이 개진됐다. 특히 최근 디지털 저작권 보호와 시장 활성화라는 관점에서 쟁점화하고 있는 MP3에 대해선 토론자들간에 열띤 의견이 오갔다. 이번 모임의 주요 토론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편집자>

 △장영승(나눔기술 사장, 사회)=인터넷상에서의 연예·오락사업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최근 수년간 인터넷 이용자는 폭발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비즈니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자들이 이용자들에게 어떠한 혜택을 줄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결제수단이나 불법복제 등 장애물이 있어 당장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고 본다. 현재로선 경영자가 얼마나 치밀한 구상 아래 사업을 전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김성호(신텔정보통신 이사)=인터넷 열풍에 편승, 연예·오락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비즈니스는 IMF체제 직전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에 절반 이상이 중도하차했으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뚜렷한 소득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인터넷에서는 요금징수가 어려우며, 각종 개인정보를 노출해야 하는 신용결제 역시 이용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 같다.

 △한상기(삼성전자 부장)=삼성전자는 수년전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기획하고 실천에 옮겼으나 적지않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는 「인터넷 정보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으며 특히 연예·오락정보를 얻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단순한 콘텐츠 제공 서비스라면 향후 5년 정도까지는 비전이 없다고 본다. 따라서 콘텐츠와 상업적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다. 참고로 MP3사업이라면 연간 30만곡 이상을 내려받아야 손익분기점이 맞을 정도다.

 △허진호(아이네트 사장)=최근 MP3파일의 저작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은데, 인터넷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관점에서 어느정도 볼륨을 키운 다음 저작권보호나 불법서비스를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백강(한국연예제작자협회 이사)=음반제작사나 관련단체 일각에서도 MP3의 저작권 보호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그러나 한장의 음반을 제작하는 데 최소한 수천만원을 투자하고도 5% 미만의 성공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국내 음반제작사 입장에서 저작권 보호를 외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을 키운다는 명분 아래 저작권자의 노력이 희생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두환(네오웨이브 사장)=디지털시대로 진입하면서 나타난 특징 중의 하나는 콘텐츠 프로듀서와 제작자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시대의 장점 중의 하나라고 본다. MP3가 카세트나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을 때보다 더 불편해졌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창호(한신대 교수)=최근 노골적인 가사로 논란이 된 「조PD」음반의 경우를 보면 앞으로 가수들은 음반제작사나 유통사가 없어도 될 것 같다. 인터넷이나 PC통신이 알아서 띄워주는 상황에서 굳이 제작사나 유통사에 의존할 필요가 있겠는가.

 △한 부장=MP3파일을 다운로드하는 행태는 새로운 유통패턴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미국의 주요 음반회사 중 하나인 시그램사의 회장은 MP3와 같은 MOD(Music On Demand)서비스 출현에 대해 「새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음반은 특정한 장소로 사러가야 하지만 MP3는 집에서 PC를 통해 내려받기만 하면 된다. 변화하는 것이지 기존 요소의 역할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송관호(한국전산원 국가정보화센터 단장)=「저작권보호시스템」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과연 바람직한 저작권보호시스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접근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정부 당국자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충분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대한 효율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선 정책이 마련된 후 당국자들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업계 관계자들이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사회=최근 인기 듀오 「클론」이 내놓은 신곡이 대만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한국산 의류의 인기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마디로 문화상품의 위력을 입증해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선진국들보다 앞서 저작권 문제가 쟁점화하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 바람직하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관심을 가지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정리=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