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데이콤 지분을 20%대까지 전격 확보함으로써 그 진의가 무엇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도체 빅딜 타결에 따라 그간 데이콤의 「숨어있던 주인」 LG그룹이 이제 막 전면에 등장할 준비를 하고 있던 터에 재계 라이벌인 삼성이 지분을 늘리면서 강력한 제동에 나선 것은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은 『법적으로는 데이콤이 이미 삼성 관계사로 전환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펴고 있어 데이콤 경영권을 두고 LG에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다.
삼성의 노림수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두 견해가 있다. 삼성이 실제로 데이콤 인수를 추진할 의사가 분명하다는 것과 장비업체로서의 입지 강화라는 상반된 시각이다.
삼성의 데이콤 인수는 통신서비스시장에 직접 진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현재의 데이콤만으로는 경쟁력과 수익성에서 한국통신·SK텔레콤 등과 견주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데이콤을 인수한다면 그것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IMT 2000 사업에 도전하려는 장기포석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현 정부 최대 이권사업으로 평가되는 IMT 2000 사업은 21세기 재계판도를 좌우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우선 그룹 차원에서 통신서비스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필요가 있다.
삼성은 이미 개인휴대통신(PCS) 사업권을 신청했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데이콤 인수는 IMT 2000 사업권 획득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장비부문에서 경쟁관계인 LG가 유무선서비스 및 장비까지 수직계열화, 공룡기업으로 재탄생할 경우 입지가 위축될 것에 대비, 경영권을 인수하는 정도는 아니라도 그에 버금가는 목소리를 낼 견제세력화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은 이동전화단말기부문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교환기부문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통신의 TDX100 공급권은 대우에 넘어갔고 최대 이동전화사업자인 SK텔레콤의 수도권 장비시장은 LG가 장악하고 있다. 이런 판에 LG가 더욱 독주태세를 갖추자 일종의 자구 차원에서 데이콤 지분확대에 매달린다는 해석이다.
아무튼 데이콤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던 LG로서는 의외의 복병을 만남 셈이고 삼성이 동양 지분마저 인수, 40% 이상의 지분을 갖게 될 경우 LG와 삼성간의 혈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