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어가서 공부하려고 하는 육군 통신연구소는 시카고에 있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자 연락이 돼 있는 CIA 요원인 제럴드가 나와서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는 서른살 정도의 미남이었는데, 머리는 금발이고 눈은 파랗게 빛났습니다. 마치 여자처럼 예쁘게 생겼더군요. 제럴드와 함께 온 키가 작은 일본계 청년이 있었는데, 요시다 존스라는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미국 국적을 가진 일본계였습니다. 그들의 안내를 받아 나는 통신연구소 기숙사로 갔습니다.
통신연구소는 미시간 호변의 숲에 있었습니다. 호수 건너편에는 시카고주립대학교의 교정이 보였습니다. 기숙사 시설은 마치 호텔을 방불케 했지요. 이곳은 대학원에 해당하는 석사와 박사과정의 학위 과정과 내 경우와 같은 연구 과정이 있는데, 미국의 각 정보기관과 연관이 있는 곳이지요. 나는 제럴드의 안내를 받아 입학 절차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가 가져온 승용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 CIA 시카고 분실이 있었는데, 부국장 로버트 헤밍웨이를 만났습니다. 소설가인 어네스트 헤밍웨이와 어떤 관계인지 모르지만-아마 그 후손인 듯 싶었지만-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로버트 헤밍웨이는 키가 크고 얼굴이 갸름하고,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통신정보 담당 책임자로 알고 있는데, 그는 본부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 시카고로 왔던 것입니다. 그제야 나는 내가 개발한 무선 감청 시스템이 얼마나 그들의 관심을 끌었는지 실감했습니다.
헤밍웨이와 나는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그는 나를 데리고 시카고에서 유명한 쌍둥이 빌딩으로 데려갔습니다. 그 빌딩 70층의 스카이라운지에서 보면 시카고 시내가 내려다보였고, 거리와 건물의 불빛이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식당 안에는 거리의 악사를 연상시키는 악사들이 있어 음악을 연주했고,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술을 마셨습니다. 식당 한쪽에 조그만 무대가 보였으나 그때 공연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헤밍웨이는 나에게 지내는 동안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요구하라고 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지」라는 어휘는 이상하게 들렸고, 그렇게 파격적인 대우를 할 때는 어떤 보상도 요구될 것입니다. 헤밍웨이는 자주 웃었고, 매우 선량한 인상을 줬습니다. 그는 농담을 잘했는데, 나는 미국식 농담을 잘 알아들을 수 없어 반문하곤 했습니다. 컴퓨터 원서를 읽기 위해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지만, 그들의 발음과 내가 공부한 것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고, 그들의 말을 빨리 알아듣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