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ps가 가고 Mbps 전송시대가 온다.」 초고속정보통신서비스 구현을 위한 광대역 네트워크 시대가 화려하게 개막되고 있다. 시내전화 공중망(PSTN)과 케이블TV 전송망이라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옴짝달싹 못했던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최근 급속한 기술발전과 이에 대한 통신사업자들의 열망,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맞물려 활짝 열리고 있다. 광대역 네트워크라는 초고속망 신천지는 이제 멀고 먼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선망은 물론이고 방송서비스망, 그리고 신규주파수 영역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았던 PSTN이 디지털기술을 앞세워 광대역 네트워크로 기술진전이 이뤄지고 있고 케이블TV 프로그램서비스 전송에 이용됐던 케이블TV망도 광대역 특성을 살려 부가통신망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위성통신 네트워크도 최근 새롭게 광대역 네트워크로 자리잡아나가고 있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의 하이라이트인 광가입망(FTTx)도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허가 방침에 따라 BWLL이 새로운 광대역 네트워크로 각광받을 조짐이며 내년부터는 이동통신에 광대역성을 접목한 IMT2000이 허가된다.
바야흐로 광대역 네트워크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먼저 눈여겨볼 분야가 저속데이터통신망으로 분류됐던 PSTN의 급속한 기술발전이다. 구리동선을 이용함으로써 데이터 전송에 한계를 나타냈던 PSTN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광대역 네트워크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8Mbps급 전송이 가능한 ADSL이 완전상용화의 길을 걸었고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도입태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통신이 지난해 부산과 서울지역내 1000여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에 나선 데 이어 올해부터는 가입자 확충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며 제2시내전화 사업자인 하나로통신도 4월 1일부터 ADSL을 통해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다.
광대역 네트워크로 PSTN이 각광받을 수 있는 분기점은 ADSL의 새로운 기술인 유니버설 ADSL 기술의 개발이다. 가입자가 손쉽고 저렴하게 설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유니버설 ADSL 기술은 이미 지난해 말 국제표준화를 완료하고 장비업체들의 개발작업이 한창이다.
PSTN이 한계를 나타냈던 과정에서 새롭게 부상한 기술이 케이블TV 전송망과 FTTx 기술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미국을 중심으로 상용화의 길을 찾아가던 케이블 전송망은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두루넷과 하나로통신에 의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의 완성으로 손꼽히는 FTTx 기술도 지난해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에 의해 발빠른 길을 걷고 있다. FTTx 기술은 현재 일반 기업과 신축예정인 아파트를 주공략 대상으로 한 FTTC에 의해 점차 그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광대역 네트워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분야가 바로 무선전송기술이다. 광대역 네트워크로 손꼽히는 무선전송기술로는 최근 허가과정에 있는 BWLL을 비롯해 IMT2000, 위성인터넷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현재 무궁화위성을 이용한 위성인터넷은 삼성SDS와 한국통신이 지난해부터 직접 가입자를 모집중이다.
위성인터넷은 일반가입자들도 직접 이용할 수 있고 기업 등 단체이용자도 근거리 통신망을 구성해 전용선 개념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수백Kbps에서 3Mbps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는 특히 위성인터넷을 도서·산간 지역 등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한 전략상품으로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위성인터넷은 올해를 시작으로 오는 2002년까지 모두 8000개의 초·중·고교에 무상으로 보급된다. 또한 군부대와 경찰청 등에도 위성인터넷이 제공되고 이와 함께 전국 2000여개 우체국에도 위성인터넷이 보급된다. 이에 BWLL과 IMT2000이 새로이 가세한다. BWLL은 24에서 38㎓ 대역까지의 고정통신용 주파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이용해 초고속 무선인터넷은 물론이고 방송서비스, 시내전화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3개 주파수가 할당돼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에 우선 할당됐고 나머지 1개는 4개 업체가 신청중이다.
초고속 무선인터넷으로 허가되는 BWLL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IMT2000은 현재 기술방식에 대한 윤곽이 명확히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내년에 구체적인 허가일정이 잡히고 2002년경부터는 새로운 네트워크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IMT2000은 다른 광대역 네트워크와 달리 이동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이른 시일 안에 대중성을 확보해나갈 전망이다.
다양한 루트에서 다가오고 있는 이같은 광대역 네트워크는 통신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먼저 예상가능한 것이 통신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기간통신은 기간통신·부가통신·별정통신 3대구도로 유지돼왔다. 그러나 광대역 전송기술의 상용화와 멀티미디어서비스에 대한 수요확대 추세는 결국 통신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데이터통신은 이제까지 기간통신의 아류에 불과했으나 광대역망의 등장과 멀티미디어서비스 수요계층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통신은 음성 위주의 기간통신시장을 압도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은 최근 이뤄지고 있는 PC통신과 인터넷의 확산속도에 비추어 2005년경이면 음성시장을 완전히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대역 네트워크의 급부상은 또 다른 한편으로 이동전화 시장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는 고정통신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데이터통신 수요계층이 전송매체를 이동통신에 의존하기보다는 고정통신에 매달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정통신사업자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