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는 IMT2000에 대한 국내 사업권 허가를 내년 하반기로 예정하고 있지만 사업자 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업계는 최대 2, 3개 사업자가 선정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의 연속성을 감안하고 운용노하우를 고려할 때 사업자 선정 우선권은 기존 5개 사업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한 사업자는 IMT2000의 기세에 눌려 도태될 것이 확실하므로 IMT2000 사업권 획득에 이동전화 5사는 사운을 걸고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뿐만이 아니다. 개인휴대통신(PCS)보다 훨씬 매혹적인 IMT2000 사업권 획득에 비이동전화사업자, 비정보통신기업들도 참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실제상황이 된다면 기존 이동전화 5개사는 더욱 초조해 질 수밖에 없다. 경쟁률이 자꾸 높아지다 보면 누구도 사업권 획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어차피 IMT2000 사업권은 2, 3개 사업자에게만 돌아갈 것이라고 보면 사업권 획득 순간부터 불과 1∼2년내에 기존 이동전화 판도는 완전히 바뀌게 된다. 물론 현서열 1, 2위인 SK텔레콤과 한국통신프리텔이 사업권을 획득하면 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다. 기존 이동전화사업자 간에 전략적 제휴나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현서열 3위 이하인 LG텔레콤, 신세기통신, 한솔PCS가 사업권을 따낸다면 충격은 더할 것이다. 판이 완전히 깨지고 통신서비스의 새판짜기가 시작될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유선과 무선으로 구분된 현재의 통신서비스시장도 엄청난 폭풍에 휩싸이게 된다. IMT2000이 유무선 경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통신, 데이콤,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등도 영향권 안에 놓이면서 대대적인 국내 통신시장 물갈이가 이루어질 것이 유력하다.
IMT2000시장과 관련, 가장 주목되는 업체는 한국통신과 LG텔레콤이다.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은 무선사업부문에서 취약하다. 한국통신은 국내 통신시장이 완전히 개방될 경우 외국 업체에 대항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IMT2000 사업권 획득이라고 보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통신은 현재 엄격히 금지된 이동전화시장 직접 진출의 족쇄를 풀려 하고 있다.
이런 한국통신에게 다행스런 것은 최근 세계 각국의 흐름이 역무별로 엄격히 규제해 온 독점적 기간통신사업자의 타역무 진출 금지를 풀어주고 있는 현상이다.
한국 정부가 한국통신 민영화의 모델 케이스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컴(BT)이 좋은 예이다. 영국 정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BT가 이동전화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자회사(지분 30%대)를 통해 사업을 하도록 했었다. 그러나 최근 역무파괴, 기업과 국경 파괴현상이 가속화되면서 BT로 하여금 이동전화자회사(셀넷)의 지분을 100%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동시에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자 신청에도 BT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이같은 추세에 따른다고 가정한다면 한국통신은 IMT2000 사업자 선정에 나설 것이고 이 경우 국내 통신시장은 만만치 않은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일 것이다.
또다른 변수인 LG텔레콤은 통신시장 구조조정 차원에서 한국통신보다 훨씬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LG그룹이 데이콤을 성공적으로 인수한다면 데이콤이 최대주주인 하나로통신까지 넘겨받는다는 가정이 성립된다. 이와 함께 현대와의 반도체 빅딜과정에서 현대가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 지분을 인수할 경우 온세통신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 경우 LG는 이동전화는 물론 시내, 시외, 국제전화 심지어 통신장비(LG정보통신)까지 아우르는 사상 초유의 거대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로 변모하게 된다. 한국통신에 버금가는 사업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LG가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하려 하는 것은 필연의 수순이다.
결국 종합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과 LG의 각축전 속에 이동전화의 절대강자 SK텔레콤이 가세하는 3강 정립구도가 예상되고 이같은 세력 판도는 IMT2000사업권 획득에도 간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통신 3강과 삼성이나 대우, 혹은 여타 재벌기업과 중소기업 컨소시엄까지 참여를 검토중인 IMT2000사업권은 선정작업이 본격화되는 내년 하반기쯤 국내 통신시장은 물론 재계 지도마저 바꿀 태풍이 될 것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