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차세대 통신서비스> BWLL 장비 개발 동향

 광대역무선가입자망(BWLL)은 통신장비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인식돼왔다. 유선전화에서 이동전화로 넘어가면서 어느 정도 한계수요를 나타냈던 통신장비시장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단초가 바로 BWLL이다. BWLL장비시장은 단순히 BWLL송신기 및 기지국장비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단말기시장과 광송수신장비시장에까지 파급될 것으로 분석돼왔다. 특히 BWLL이 신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의 조기 상용화는 국내 장비업체들의 국제화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점 때문에 국내 통신사업자들이나 장비업체들은 BWLL기반 기술확보를 위한 독자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로통신은 지난해 데이콤과 함께 대전에서 독일의 보쉬사의 제품을 통해 독자적인 시험서비스를 진행해 왔으며 한국통신도 삼성전자와 함께 RF(Radio Frequency)기능을 제외한 베이스밴드기술을 발판으로 시험서비스를 진행했다.

 BWLL주파수 바로 윗대역을 사용하는 무선케이블TV 전송망업체들도 국내 업체와 공동으로 또는 외국업체와 연계한 장비개발을 추진해왔다.

 장비업체들도 분주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나 LG정보통신 등의 업체들은 WLL에 이어 BWLL이 새로운 시장수요를 가져다 준다는 판단에 따라 이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개발투자를 진행해왔다. LG정보통신 등 일부 업체는 이미 아프리카·러시아·중국 등을 대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BWLL장비개발과 관련해 새로운 분기점을 마련해준 것이 국내 업체의 공동개발 노력이다. 지난 상반기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은 초고속가입자망 구축 대안의 하나인 BWLL의 표준규격 및 장비개발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합의에 도달했다.

 당초 개별적으로 진행해왔던 연구개발작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BWLL 표준규격 공동개발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의 이같은 합의는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다. 양사는 먼저 BWLL에 대해 국제규격 논의 자체가 없는 데다 고정가입자망이란 특성 때문에 국제규격 준수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동개발작업을 추진키로 결정을 내렸다.

 또한 그동안 통신사업자 및 통신장비제조업체들이 독자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함에 따라 협력업체들이 겪어왔던 어려움을 경감시켜 줄 필요도 있었다. 특히 업체들의 독자적인 장비상용화가 이뤄질 경우 장비의 대량생산이나 사업자간 통신망 연동 및 운용이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우리 실정에 맞는 규격제정을 통해 발빠른 산업화 및 조기 상용서비스를 추진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개발자금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BWLL 표준규격 공동개발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기술협회(TTA)를 통해 잠정표준이 확정되면 올해 말까지는 무선국 간의 접속규격과 단말기의 제반기능을 포함한 단체표준이 확정될 예정이다.

 표준화 범위는 BWLL기술의 2개 핵심분야로 채널대역폭·변조방식·다원접속방식·대역폭 할당방식 등 무선접속규격과 전화망·인터넷망·BISDN망 등의 망접속규격이다.

 이를 기초한 BWLL장비개발은 대중화를 겨냥해 이뤄지고 있다. ETRI는 표준화 초안 마련과 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제품 개발을 추진중으로, 목표는 저가형 제품의 상용화다. 이를 위해 ETRI는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 완료됐던 CDMA·디지털위성방송 등 연관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 아래 작업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핵심부품의 경우 위성방송용 세트톱박스 기술을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표준화 추진에 따라 유무선이 통합된 초고속가입자망의 원활한 구축은 물론, 초고속데이터통신의 급속한 보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를 비롯한 통신장비업체들의 국제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부품 국산화와 자체기술 확보로 BWLL이 개발될 경우 2005년까지 약 9억달러의 수입 대체효과가 기대되며 수출은 가능성이 무한하다.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유선망 구축에 대한 예산부담 때문에 무선가입자망을 선호할 것이 확실시돼 CDMA 이동전화단말기를 뛰어넘는 수출효과가 기대된다.

 BWLL장비의 상용화는 서비스사업자들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당장 내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BWLL주파수를 허가받게 될 예상사업자가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 확실하고 BWLL주파수를 우선 할당받은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도 이에 발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BWLL을 할당받은 하나로통신은 99년 말까지 장비개발을 완료하고 2000년부터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며 한국통신은 조기 상용화보다는 제반기능의 충분한 포용을 통해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통신은 특히 단말기 부문의 경우 단순한 음성 및 데이터 전송용의 범위를 넘어서 초고속인터넷·영상회의 기능까지 수용할 수 있는 장비개발을 통해 상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