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데이콤 지분 5% 제한 규제가 공식 해제된 것은 LG그룹에 대해서도 타 사업자 및 외국인과 동등하게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사항을 적용,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 공정경쟁 여건을 마련해 주며 또 통신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다목적의 뜻이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우리나라에서도 종합통신사업자 육성이라는 정책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실 지난 96년 개인휴대통신(PCS)사업 허가 당시에 비해 통신사업 환경 및 법·제도 등이 현저하게 변화된 현 시점에서 데이콤에 국한해 LG그룹의 지분제한 조건을 계속 유지토록 하는 것은 국내 기업간, 내·외국인간 형평성 문제가 있고 장기적인 국내 정보통신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끈 부분은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유·무선사업자의 상호역무 교차진출의 허용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정부가 그동안 엄격히 금지해온 유·무선사업자의 상호역무 교차진출을 허용할 경우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도 종합통신사업자의 등장이 가능케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 천명은 그동안 기간통신사업의 경쟁체제 도입을 내걸고 유선전화는 물론 개인휴대통신·무선호출 등 신규 사업권 허가를 내줄 때마다 공익성이 우선시되는 통신사업의 특성을 내세워 소유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를 추진해 왔다는 점에 비추어 정책 전환임에 틀림없다.
본란에서도 최근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지만 우리가 종합통신사업자의 등장을 환영하는 것은 국내외 통신시장 개방에 적극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LG는 데이콤 경영권 확보를 계기로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6조5000억원을 투자, 외형 10조원의 초우량 통신회사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놓고 있는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강구중에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LG는 데이콤이 최대주주로 돼 있는 하나로통신도 인수하겠다는 의욕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반면 삼성·현대·SK 등 하나로통신의 주요 주주사들의 지분확대 입장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 인수·합병(M&A)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통신업계의 큰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정부가 PCS사업권 허가 당시 각서라는 형식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을 단지 상황이 변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정면으로 뒤집었다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또 LG가 과거 규제조치 아래서도 데이콤의 경영권 장악을 기도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른바 우호지분에 대해 명확한 법적 개념이나 기준이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느낌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정보통신정책심의회의 의견을 수렴했고 이 자리에서 위원전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 결정이 현대와 LG의 반도체 빅딜에 따른 보상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이번 조치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권 허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경우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고 무선호출을 비롯,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상황 변화를 이유로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출연금문제 처리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문제는 얼마 전에도 올해 신규 기간통신사업자의 허가를 둘러싸고 혼선을 빚은 바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통부는 지난해 9월 규제완화 차원에서 허가신청 요령 및 심사항목을 대폭 축소하고 허가신청 횟수도 매년 1회에서 2회로 늘린다는 내용의 기간통신사업자 허가 활성화 방침을 밝힌 바 있는데 불과 5개월만인 최근엔 이와 반대로 신규 기간통신사업자의 허가를 최대한 억제해 나가겠다고 밝혀 혼선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LG로서는 앞으로 많은 난제가 없지 않겠지만 데이콤의 경영권 확보가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큰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과 지혜를 총동원해야 할 것이며 정부에서도 대국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수단을 총동원하는 데 인색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