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 PC용 프로세서 사업 포기 파장.. 저가칩 시장 "지각변동"

 내셔널세미컨덕터(NS)가 최근 PC용 프로세서 사업 포기를 선언함으로써 이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선 벌써부터 내셔널의 PC 프로세서 사업 포기로 인한 업체별 이해관계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며 내셔널 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업체들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로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PC 가격의 인상과 IBM의 인텔 호환칩 시장진출, AMD의 입지 불안 등의 결과가 초래될 것이란 예상이다.

 우선 PC 가격의 인상이 예상되는 것은 내셔널의 PC 프로세서 사업 포기가 사실상 「MⅡ」라는 저가칩을 생산해온 사이릭스 부문의 적자 때문이라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사이릭스 부문은 PC 프로세서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저가칩 공급을 주도하면서 PC 가격인하 경쟁과 저가PC 붐을 촉발시키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사이릭스의 평균 제품판매가는 45달러로 AMD의 80달러나 인텔의 200달러와 큰 차이를 나타냈으며 이는 사이릭스가 1000달러 이하, 더 나아가 500달러 이하 PC시장을 개척하는 데 선도적인 위치에 설 수 있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저가칩의 마진이 너무 적은데다 이 분야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이릭스는 시장개척의 공로에도 불구하고 누적되는 적자에 시달렸으며 다른 경쟁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내셔널의 PC 프로세서 사업 철수는 저가칩 경쟁의 한 축이 없어지면서 경쟁여건이 크게 약화되는 것으로 그로 인한 PC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휴렛패커드(HP)·e머신즈 등 사이릭스 칩을 탑재한 저가PC를 생산하던 업체들은 당장 새로운 칩 공급처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내셔널의 사업 철수는 또 IBM의 인텔 호환칩 시장진출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인텔 호환칩 시장진출을 모색해온 IBM이 내셔널의 사업 포기를 기회로 인텔 호환칩을 생산해온 사이릭스 부문을 인수한다면 이른 시간내 이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사이릭스 부문의 인수 대상업체로 IBM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이 회사가 이미 사이릭스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는 등 나름대로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인텔 호환칩 시장을 모색하고 있던 IBM으로선 이미 긴밀한 협조관계를 가졌던 사이릭스 부문의 설계인력과 생산공장을 인수할 경우 당장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IBM은 인텔과 광범위한 특허상호이용(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어 사이릭스를 인수할 경우 고성능 펜티엄Ⅲ의 호환 제품을 생산하는 데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사이릭스 부문이 IBM이 아닌 다른 업체에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IBM이 최근 사이릭스 부문 인수를 시도했으나 성과가 없었다며 오히려 메모리 사업 편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의 인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내셔널의 PC 프로세서 사업 포기의 파장을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할 업체는 AMD가 될 전망이다.

 AMD는 내셔널의 사이릭스 부문과 인텔 호환칩 시장에서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로 내셔널의 이번 결정으로 당장은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기당 150만개 가량의 프로세서를 공급하던 내셔널이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면 일차적으로는 그 공백을 AMD가 채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AMD가 사이릭스 제품을 사용하던 내셔널의 거래처를 모두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판매액이 현재보다 20%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셔널 파장이 AMD에 좋은 측면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사이릭스와 AMD는 그동안 모두 「소켓7」이란 아키텍처 기반의 제품을 생산해왔는데 사이릭스가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면 주기판업체나 칩세트업체들이 AMD만 보고 이 아키텍처를 계속 지원하려 할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내셔널은 이번 PC 프로세서 사업 포기 이후 TV 세트톱박스와 인터넷 단말기 등 이른바 임베디드 기기용 프로세서와 시스템온칩 및 아날로그 반도체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로써 사이릭스를 인수해 PC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려던 내셔널의 야심찬 계획은 2년만에 물거품이 됐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