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소수 200만 이상의 고체촬상소자(CCD)를 탑재한 디지털카메라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후지사진필름이 내놓은 230만 화소의 「파인픽스2700」을 기점으로 화소수가 200만을 넘는 제품의 판매에 착수했거나 상품화를 발표한 업체 수가 이미 7개에 달했고, 올 여름까지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지금까지 디지털카메라의 시장경쟁은 화소수 경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초창기 50만을 밑돌던 화소수는 96년 말 80만에 이르렀고 지난해는 150만으로, 올들어서는 200만을 넘어 300만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화소수가 200만대로 진입하면서 「판매대수가 화소수에 비례한다」는 업계의 믿음에는 조금씩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200만 정도의 화소수라면 A4크기로 출력했을 때의 상태가 은염사진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고화질 제품은 가격이 높아질 뿐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기술적으로 개발이 그만큼 어려워지는 문제도 따른다. 특히 CCD의 해상도에 대응할 수 있는 렌즈의 개발은 화소수에 비례해 힘들어진다.
이런 배경 속에서 최근 화소 이외에서 차별화를 꾀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 중 한 예가 프린터를 장착하는 디지털카메라. 이미 카시오계산기가 흑백영상을 인쇄하는 프린터일체형 디지털카메라 「ZR1」을 판매중이고 반다이는 컬러영상을 인쇄하는 일체형 제품을 개발, 올 여름 상품화할 예정이다.
이 중 반다이 제품은 인쇄방식으로 승화(昇華)형 열전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에서는 청·적·황의 잉크리본을 사용해 순서대로 인쇄하기 때문에 프린트 헤드는 기록지를 3회 왕복하게 되고 그 결과 인쇄 시간이 75초로 다소 길어진다.
이에 반해 흑백인 카시오계산기의 ZR1은 프린터 헤드가 기록지를 한 번만 오가면 돼 인쇄 시간이 17초로 비교적 짧고 감열 방식이어서 잉크리본 등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
즉석카메라의 대체를 겨냥한 프린터내장형 디지털카메라의 상품화도 추진되고 있다.
프린터내장 디지털카메라는 한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해 메모리에 축적하고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그 자리에서 인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인쇄 기록지가 커지면 반다이 제품 등 열전사 방식 등의 경우 소비전력이 커져 내장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래서 주목을 모으고 있는 것이 빛을 사용해 써넣은 방식으로 헤드 부분의 소비전력을 열전사 방식 등의 10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
프린터내장형 디지털카메라로는 후지필름이 지난해 9월 독일의 카메라 전시회 「phootokina98」에서 선보인 시험 제작품이 있다. 상품화 시기가 아직 미정인 이 시제품은 인쇄 크기가 62×46㎜이고 즉석카메라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컬러필름에 형광관의 발광을 사용해 써넣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후타바전자공업이 이 형광관을 사용한 인쇄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폴라로이드도 즉석카메라용 컬러 필름을 사용하는 프린터내장형 디지털카메라를 개발중이다.
가전 제조업체를 중심으로는 동영상촬영 기능을 부가해 새로운 용도를 개척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캠코더사업에서 축적한 동영상 관련 노하우를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샤프가 지난달 말 판매개시한 35만 화소의 「인터넷뷰캄」, 지난 2월 산요전기가 내놓은 85만 화소의 「DSCX110」, 최근 소니가 선보인 211만 화소의 「DSCF55K」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이 채용한 데이터 압축기술은 「모션JPEG」나 「MPEG1비디오」, 「MPEG4비디오」 등이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