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 대학들이 검찰의 불법 소프트웨어(SW) 단속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보화를 추진중인 일선 대학들이 검찰의 불법 SW 단속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각 대학들은 교육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불법복제된 SW를 삭제하느라 야단법석이다. 기본 SW를 지워버려 교육은 물론 학사업무마저 종전처럼 손으로 직접 작성해야 할 판이다. 교수들 가운데는 고민하다 못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SW를 구입, 사용해야 하는 웃지 못할 안타까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또 일선 교육기관에는 이달 들어 불법복제 SW 단속에 대한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 전산 관계자들은 검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만사를 제쳐놓고 거의 매주 대책회의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학마다 불법복제 SW 단속에 초비상이 걸린 것은 지금까지 관행으로 행해지던 대학내 각종 지적재산권 침해행위를 엄벌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검찰의 불법복제 SW 단속은 비단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대학이 적지 않은 것이다.
SW 불법복제는 당연히 근절되어야 한다.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일부 식자 중에는 대학이나 주변의 상가가 사실상 불법복제의 온상이므로 이곳에서 난무하고 있는 불법복제만 잡으면 우리나라의 불법복제는 근절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없이 대학 자체의 노력만으로 그동안 사용해온 불법복제 SW를 하루아침에 폐기하고 이를 정품으로 교체하는 일 또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기본예산으로 정품을 구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일선 대학의 반응이다.
단속이 시작된 이래 각 대학들은 정품구입을 위한 긴급예산 확보에 비상을 걸고 있으나 빠듯한 예산을 쪼개는 일이 막막한 실정이라고 하소연이다. 현재 각 대학들이 추가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결과가 그리 낙관적인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대학에서 정품사용을 제대로 정착시키고 정보화를 실현하려면 근본적인 문제의 해법과 함께 지원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SW 공급업체들도 최근 대학이 활발히 벌이고 있는 SW 공동구매 등 정품사용 노력을 적극 수용하고, 현재 공급하고 있는 교육기관용 제품보다 가격을 낮춰 지원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 한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SW업체들은 이번 대학에 대한 불법복제 단속을 매출확대를 위한 호기로 인식하기보다는 대학의 정품사용이 우리 SW산업의 토대를 다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란에서도 최근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지만 관계기관의 단속 이후 불법복제 SW 사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SW 개발업체들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번 단속이 일시적 전시효과를 노린 단속이 되어선 결코 안되며 진정으로 우리나라에서 불법복제가 영원히 추방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검찰의 단속이 진행되고 있어 속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으나 최근의 보도를 보면 특히 교육계를 비롯하여 정부기관·금융기관·연구기관·민간기업 등 관계기관과 국민의 불법복제 근절의식이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미 대다수 대학이 교육적 차원에서도 정품사용이 정착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번 단속은 이미 예고된 것이므로 대학 스스로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 또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대학들이 우왕좌왕하며 대학교육에까지 지장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 더 큰 문제다.
현실을 무시한 시책은 그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낳기 어렵고 저항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당국은 「선 대책·후 단속」을 요구하는 대학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