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대의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격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비절감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PC나 PC주변기기, 휴대폰 등과 같은 전자기기의 조립 거점이 종전의 대만이나 홍콩에서 노동력이 저렴한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핵심부품인 PCB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잇따라 중국에 새로운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현지의 양산체제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만이나 홍콩의 PCB업체들은 이미 생산거점을 중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최대 이유는 인건비가 싸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에서 공장종업원의 임금은 월 6700위안(元) 정도로 대만의 6분의 1 수준이다. 더욱이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점도 이들 업체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자기기는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생산원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생과 사」를 갈라놓는 관건이 되고 있고 이같은 영향은 PCB를 비롯한 부품업계와도 직결돼 있다.
특히 PCB는 검사공정의 경우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감한 만큼 경쟁력으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더욱이 중국은 대만에 비해 토지 임대료가 싸고 전기나 공업용수가 풍부하다는 것도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중국정부의 정책이 아직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걸리긴 한다. 정책의 변경에 따라 제조장비에 부과되는 세금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마이너스 요인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이점이 있는 곳이 중국이다.
PCB 생산거점의 중국 이동은 제조장비나 재료의 동향으로도 읽을 수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PCB 시장은 TV용 양면PCB나 단면PCB를 생산하는 국영기업체를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유통되던 제조장비나 재료는 일본이나 한국에서 10여년 전에 사용하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대만이나 홍콩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생산제품도 PC나 PC주변기기, 휴대폰용으로 탑재되는 4층 이상의 다층PCB(MLB)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중국에서도 최첨단 제조장비와 재료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동향을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PCB기술관련 전시회(CPCA쇼 99)에서는 최첨단 제조장비 및 재료가 출품됐다. 일본 히타치정공의 경우 고밀도 배선을 실현한 빌드업 PCB용 레이저 천공장치인 「LCO1B21E」를 선보였고 애드텍엔지니어링은 PCB 양산에 대비해 기판을 반전하는 기구를 탑재한 첨단 자동노광장치를 전시했다. 두 회사는 각각 지난 4월부터 중국 현지에서 PCB를 생산하는 홍콩계열의 PCB업체와 중국 업체에 납품을 시작했다.
재료분야에서는 중국 퉁관에 거점을 둔 「퉁관 셍이 카파 클래드 라미네이트」가 3.9의 저유전율을 실현한 에폭시 수지 절연재를 출품했다. 이 회사는 일본산 수지를 사용함으로써 일반 절연재(4.8)에 비해 유전율을 대폭 낮추는데 성공했다. 특히 올해에는 중국 정부가 약 1조5000억엔을 투자해 휴대폰을 자체 생산키로 하고 있어 고주파특성이 뛰어난 이 절연재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전형적인 업체로 대만 최대의 PCB업체인 컴팩매뉴팩처링사를 들 수 있다.
지난 97년부터 중국에서 PCB를 생산하고 있는 컴팩은 PCB 생산 경험이 전혀 없는 종업원을 현지에서 고용해 맨 처음부터 교육시켜 철저한 생산관리를 실시했다. 이 결과 2개월만에 양산라인을 구축하고 수율도 대만공장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컴팩은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을 현재의 월 3만2000㎡에서 오는 2002년에는 대만공장과 같은 수준인 월 10만㎡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공장에서는 주로 PC용 주기판이나 모듈기판을 생산해 북미나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공급하고 있다.
컴팩은 중국 공장을 생산기술이 확립된 제품의 양산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컴팩처럼 우선 본사에서 제품을 개발한 다음 양산기술이 확립된 시점에 생산라인을 옮겨 중국을 새로운 제품양산 기지로 육성해 나가고 있다.
제품의 생산원가 절감이 시장확보의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경쟁력의 극대화라는 매력이 있는 한 PCB업체들의 중국행은 지속될 전망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