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Y2K 소송 대란 온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Y2K 피해가 본격화할 2000년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은 이로 인한 소송에 휘말리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컴퓨터 제품의 개발업체나 판매업체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지만 수요업체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조물책임법(PL)이나 품질보증 계약위반 등으로 공급업체들이 제소당할 가능성이 크다면 수요업체에서도 Y2K문제로 기업경영상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이 주주 등으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피해의식을 갖게 되면서 Y2K 정보를 공개하는 데 소극적인 등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2000년 정보 및 준비 공개법」을 마련한 데 이어 최근엔 소송제한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2000년 정보 및 준비 공개법은 Y2K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업의 정보 공개와 공유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기업체와 정부기관, 연구기관 등의 배상책임과 관련, 이들이 선의로 제공한 정보에 기반한 소송을 제한하고 △Y2K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과 관련한 정보공유에 대해선 독점금지법을 적용하지 않으며 △Y2K문제와 관련된 전용 인터넷 사이트를 설치, 일반 소비자와 중소기업, 지방정부들을 위한 최신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대기업에 유리하도록 만든 것으로 재고돼야 한다는 일부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산업계 등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 의회를 통과했다.

 당시 의회 관계자들은 이 법이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배상 의무까지 면제받도록 한 것은 아니며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소비자들에게 Y2K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올바른 상품 및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기업 등의 소송 피해의식을 줄여줌으로써 기업들의 Y2K 정보에 대한 투명성을 유도,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자는 것이 법 제정의 취지라는 것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같은 맥락에서 기업들이 분기별 영업실적을 공개할 때 Y2K 정보까지 공개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통한 투자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또한 최근엔 IBM·델·컴팩·휴렛패커드·인텔 등 12개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이 법 제정에 힘입어 고객들의 Y2K문제 해결 지원을 위한 연합체를 결성하고 웹사이트를 통한 정보 공개 및 서비스에 나섰다.

 이처럼 2000년 정보 및 준비 공개법이 기업의 피해의식을 줄여 Y2K 정보의 투명성을 유도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근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송대란에 따른 기업부담을 줄이기 위한 소송제한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공화당을 중심으로 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매케인 상원 상업위원장이 제안하고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이 지지하는 Y2K 소송제한법은 △90일간의 냉각기를 도입, 분쟁의 자율조정을 도모하고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상한을 25만달러, 기업주의 책임한도액을 10만달러로 제한하며 △정부기관은 배상책임을 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매케인 의원은 Y2K문제의 불가측성을 근거로 『소송으로 인해 기업들이 무고하게 당하는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소송대란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엔 공감을 하면서도 소비자 피해보상권에 따라 『컴퓨터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Y2K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당연히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획일적인 손해배상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는 공화당의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최고 1조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소송대란에 휘말릴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되는 IBM·마이크로소프트·AT&T 등 유수의 정보기술(IT)업체들이 공화당을 적극 지원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반면 민주당은 Y2K의 최종 피해자가 될 일반 소비자들과 소승 특수를 누리게 될 변호사업계로부터 법안 처리를 막아달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백악관도 이 법이 통과될 경우 Y2K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해야 할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해 결국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이 법 제정에 반대입장를 나타냈다.

 이처럼 안팎의 반대가 거세자 공화당은 법안 내용을 소비자 권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정하겠다며 한발 물러나 민주당과의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공화당이 마련하고 있는 타협안은 사기 등 범죄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상한선을 대폭 상향조정하고 컴퓨터나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고객의 Y2K문제 해결 요청에 불응하는 경우 냉각기간을 30일로 단축하는 것 등이 포함됐으나 민주당측이 여전히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느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