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정책 "춤 따로 장단 따로"

 「정보통신부가 왜 이러나.」

 올들어 사업자, 단말기업계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새로운 이동전화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였지만 업계의 반발이 거세자 갈팡질팡해 소비자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신규 기간통신사업 허가와 관련해서는 역무 개념조차 제대로 설정치 못해 안팎의 논란을 자초하더니 급기야는 출연금 산정 계산이 잘못됐다며 이를 바로 잡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정통부를 두고 『도무지 정책의 방향성을 알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고 심지어 부처 내부에서도 소관업무에 따라 정책담당자들간 시각이 엇갈려 어떤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다.

 정통부는 지난 4월부터 이동전화시장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보조금 축소 △가개통 제한 △의무가입기간 폐지 △12개월 이상 장기할부판매 금지 등 사업자간 자율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과당경쟁이 일상화된 국내 이동전화시장에서 진일보된 정책으로 평가됐고 정통부 역시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강력한 지도 단속에 돌입했다.

 사업자들은 보조금 축소가 시행되는 4월 이전 가입자를 한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3월 한달간 거의 1년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한달 300만명 가입에 허수가입자 150만명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이후 정통부의 가개통 단속으로 시장은 정화되는 듯했다. 시장도 4월 이후에는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한푼의 수익이 아쉬운 사업자들은 정부 지침과 자신의 합의를 피해갈 수 있는 묘수로 5월부터 단말기 신용카드 할부판매를 들고 나왔고 현금할판을 병행함에 따라 각가지 부작용이 양산될 우려가 있다는 이면의 문제점을 읽은 정통부로부터 제지 압력을 받았다. 결국 017과 018이 할판을 강행했고 정통부는 「사업자들의 마케팅방법까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에 밀려 지난 14일 할판 허용으로 선회했다.

 올해 신규기간통신사업 허가, 특히 업계 최대의 관심사인 광대역 무선가입자망(BWLL)은 정책 혼선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지난 3월말 최초 주파수 공고시에는 BWLL에 대한 역무 규정 없이 가입자회선용으로만 제시, 업계를 혼란속으로 몰아넣었다. BWLL의 파급효과를 간파한 일부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재빨리 허가신청을 냈고 이에 시내전화사업자들은 역무구분 없이 이를 허가한다면 기존 역무개념이 무너지고 이에 따라 사업허가를 받은 기존업체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고 반발했다. 출연금 시비의 발단이다.

 이와 함께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에 우선 BWLL을 배당하고 1개 사업자만 경쟁을 통해 주파수를 주겠다는 정통부의 방침이 알려지자 신규 신청업체들이 「특혜」라며 일제히 반발했고 그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최초 상한액을 365억원으로 책정, 신청업체에 출연금을 통보했던 정통부는 역무 논쟁이 가열되면서 출연금 규모가 과다하고 산정방법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160억원으로 재조정했다.

 문제는 출연금 재조정에서도 발생했다. 신규신청 4개 업체의 서로 다른 출연금 제시액을 단순 합산, 이를 평균치로 환산하는 방식을 택한 것에도 비판이 일고 있는데 정통부는 숫자 계산까지 잘못해 이를 정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통신전문가들은 일련의 정통부 정책 혼선과 관련, 정부가 규제해야 할 것은 확실히 규제해야 하지만 이를 관철하는 과정에는 투명성과 공개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BWLL과 같이 논란이 예상되는 신규기간통신사업 허가는 정통부 관련 부서 당국자들간에 긴밀한 사전 협의와 검토를 통해 일관된 방향을 제시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