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팡질팡하는 정통부 정책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건전한 이동전화시장 조성과 정보사회 촉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정보통신부가 최근 들어 부쩍 갈팡질팡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정통부는 최근 LG그룹의 데이콤 지분제한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으며, PC통신·인터넷 등 온라인서비스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달까지 마련키로 했던 「온라인서비스사업자 경영개선 지원대책」도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한 최종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행을 불과 1개월여 앞두고 있는 「전자서명법」과 관련해서는 핵심사항인 공인인증기관(CA)의 자격·지정요건·역할 등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 제시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단말기 할부판매를 허용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은 그 정도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건전한 이동전화시장을 확립하기 위해, 다시 말해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의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자들의 이동전화 단말기 할부판매를 불허한다고 밝힌 지 불과 며칠만에 일부 서비스업체와 대리점, 이동전화 제조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백지화, 다시 단말기의 할부판매를 허용한 것은 어떠한 말로도 설득력이 약하다.

 정통부가 또 그동안 업계의 관심을 끌어오던 광대역 무선가입자망(BWLL) 사업허가와 관련, 주파수를 공고하면서 BWLL에 대한 역무규정 없이 가입자회선용만으로 제시해 관련업계를 혼란에 빠뜨린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관련업계의 역무논쟁이 가열되자 처음 365억원으로 책정해 BWLL사업 신청업체에 통보했던 출연금을 160억원으로 재조정해 통보한 것도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출연금을 다시 조정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규모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허가 신규신청업체의 출연금을 단순 합산해 평균치로 환산하는 방법으로 그 금액을 결정했다는 것은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IMF 이후 경기부진에 따른 매출감소와 구조조정으로 정보통신업체들이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에 정보통신산업을 활성화하고 정보화를 촉진해야 할 정통부가 이렇게 허둥대고 있으면 누가 정부 방침을 믿고 따르겠는가.

 물론 정통부의 어려운 형편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 관련법의 제·개정에 있어선 정통부와 타 부처간의 입장이 다르고 지원대책을 마련함에 있어서도 예산확보 문제를 비롯해 관련업체들의 다양한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또 기간통신사업자의 신규허가나 이동전화의 규제는 사업특성상 원래가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통부의 거듭된 정책혼란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통부의 정책이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까닭의 상당 부분은 정통부가 원칙을 지키지 않는 탓에 있다. 당장 불거진 문제를 피하려고 원칙을 버리면 또 다른 문제가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것은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그동안 우리나라 정보통신정책 중 이해 당자사들의 반발이나 외압에 밀려 땜질 위주로 추진돼온 사업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잘 보아왔지 않은가.

 정보통신정책 추진에 왕도란 없다. 어려울수록 원칙을 지켜 일관되게 밀고 나간다면 지금과 같은 정책혼선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나 외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부가 규제해야 할 것은 확실히 규제하고 지원할 것은 지체없이 지원한다는, 일관된 원칙만 지켜 나간다면 이같은 「춤 따로 장단 따로」의 정책적 혼선은 있을 수 없다. 일관된 방향제시 없이는 앞으로도 이같은 혼선은 계속될 것이다.

 정책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선 정보통신 관련 부처간은 물론 정통부내 관련부서간에도 사전에 긴밀한 협의와 검토, 관련업체들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한 정책입안이 전제되어야 하며 채택된 정책의 수행에 있어서는 투명성과 공개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을 정부 당국자들은 다시 한번 명심, 더 이상의 혼선과 잡음을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