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는 중국에서 근무한 것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에서도 잠시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양인의 기호를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온천욕을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온탕에 한동안 들어갔다가 나와서 가장자리에 있는 눕는 의자에서 쉬었습니다. 그때 일본인 남녀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저녁에 자기들이 쌍쌍파티를 하는데 참여하겠느냐는 것입니다. 나는 쌍쌍파티라는 말에 난색을 표하면서 우리에게는 여자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짝이 없다고 하니까 그들은 미소를 지으면서 나와 제럴드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제럴드가 쿡쿡 웃었습니다. 일본인들이 물러가고 나서 제럴드에게 왜 웃었느냐고 물으니까, 그들은 우리를 한 쌍으로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처럼 남자끼리 같이 다니면 동성연애자로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럴드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지만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올라서 애를 먹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싱클레어 마을의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 종업원이 더블 베드룸으로 하나만 주려고 했던 것이 상기되었습니다. 두 개의 방을 요구하자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제럴드가 여자처럼 예쁘고 나 역시 젊은 동양인이기 때문에 국경을 넘은 동성연애자로 보았던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 사회입니다.
물론, 미국 사회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가 있었고, 첨단 과학과 문명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어딜 가나 풍부한 물자가 넘치는 경제 대국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미국에서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난해도 내 조국,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11월 24일
텍사스의 사막에서 최영준으로부터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정인 멕시코 국경도시를 방문했습니다. 승용차를 타고 샌디에이고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국경을 지났습니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들어가는 데는 여권 검사도 없었습니다. 국경을 지나 달리는 동안 길가에 철망을 쳐 놓았는데, 그것이 국경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국경의 미국 쪽 영토 중간에 경찰차들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멕시코 사람들이 불법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감시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넘어왔고, 잡으면 즉시 되돌려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낮과 밤이 따로 없어서 우리가 승용차를 몰고 지나가는 아침에도 여러 명씩 떼를 지어 모여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