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iBiz 1> 프롤로그-시리즈를 시작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많은 이들이 제너럴일렉트릭(GE)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1000억달러(98년말 기준)에 육박하는 매출에다 120년이 넘은 기업수명은 그야말로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유구한 전통속에서 배어나는 GE의 보수적인 색채는 모든 제조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였다.

 이런 GE가 최근 대변신을 선언했다. 잭 웰치 회장은 지난 5월초 중역회의를 통해 21세기는 전자상거래가 기업사활을 좌우할 것이라며 GE도 과감하게 기존 사업구도를 파괴하고 인터넷전문인력의 젊은피 수혈을 확대하라고 참석임원들에게 주문했다. 잭 웰치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하지만 나 자신은 전자상거래에 관한 한 네안데르탈인 수준의 기초적인 지식밖에는 없다』는 솔직함도 내비쳤다.

 도대체 전자상거래로 대변되는 인터넷비즈니스가 뭐길래 100년이 넘게 보수 일변도로 영속해온 공룡기업을 이토록 불안하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금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추앙받는 노회장으로 하여금 자신의 무지함(?)을 고백하면서까지 전자상거래의 조기 도입을 서두르게 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이 기업과 국가 모든 분야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기 시작했다. 미국은 물론 세계 유수기업 가운데 절반이상이 인터넷혁명에 적응하지 못해 새 밀레니엄시대에 사라질 것이다. 인터넷의 활용가치를 모르는 경영자는 현직에서 물러나라.』(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사장)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인터넷 접속 기반을 강화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에서 낙오할 위험이 있다.』(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

 『몇년 전만 해도 인터넷은 과학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전자상거래로 빠르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미국경제를 판단할 수 없다. 미국 경제의 호황은 거품이 아니라 바로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에서 비롯됐다.』(그라소 뉴욕증권거래소 이사장)

 최근 세계 IT산업을 이끄는 거물이나 유력 경제관료들은 한결같이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새로운 「산업혁명의 신호탄」임을 역설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그룹 계열의 민간조직은 물론이고 변하지 않기로 소문난 관료조직까지 인터넷 열풍에 휩싸여 있다. 그중에서도 민간기업 사장 출신이 장관에 오른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는 요즘 난리다. 실국장 회의 때마다 인터넷을 모르는 공무원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장관의 호통에 연일 좌불안석이다.

 이제 인터넷은 더 이상 지난 90년대 중반 그저 「정보의 바다」 「정보의 보고」 등의 추상적 개념으로 알려졌던 그 인터넷이 아니다. 야후나 플레이보이 등 단순 검색업체 및 포르노업체들에 의해 싹틔운 인터넷은 불과 5년이 안된 요즘엔 국경없는 비즈니스 격전장의 실체로 인식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나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의 파괴력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속도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버렸다는 데 있다. 특히 고객중심의 마케팅과 기업의 투명성이 인터넷비즈니스의 핵을 차지하면서 기존 관념을 깨는 신산업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이제 더이상 단순한 홍보 수단만이 아니다. 매출과 직결되는 마케팅의 최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사람만 모이면 그자체가 「시장」이고 「돈」이다. 포털사이트의 급부상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

 이에 따라 종전에는 용인되기 힘들었던 「봉이 김선달식」의 성공사례도 잇따른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서점 반스앤노블사(22억달러 수준) 가치의 10배가 넘는 22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나 모토롤러의 하청업체로 출발한 시스코가 인터넷을 활용해 1000억달러가 넘는 기업가치를 보유한 회사로 부상한 것도 인터넷비즈니스가 제공한 사업기회를 놓치지 않은 대표적인 경우다

 이뿐 아니다. 온라인 금융브로커인 찰스스왑의 시가총액이 373억달러로 미국 최대 증권회사인 메릴린치(359달러)를 능가한 것도 인터넷비즈니스가 전세계의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는 단초로 꼽힌다. 돈이 인터넷으로 몰린다는 얘기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골드뱅크 등 신흥 인터넷재벌이 등장하면서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코스닥시장에서 연일 새로운 기록을 양산중이다. 또 벤처펀드나 투자자들은 유망한 인터넷 관련업체 사냥을 위해 이들 기업을 문지방이 닿도록 방문하는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마치 「인터넷」이 기업의 보증수표가 된 기분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전세계 모든 업체들이 인터넷 전문업체로의 변신을 표방하고 나섰다. 제2의 아마존이나 야후를 꿈꾸는 벤처기업들은 물론 IBM·선·컴팩·HP 등 기존 IT업계의 맹주들까지 기회시장 선점을 위한 이미지 제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IBM의 루이스 거스너 회장은 최근 열린 투자자회의에서 『아마존·야후 등 인터넷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으나 이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속빈 강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진짜 인터넷 혁명은 몇몇 인터넷회사의 성공이 아니라 월마트·포드자동차 등 일반 대기업이 인터넷을 통한 거래방식으로 전환할 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거스너 회장의 이 말은 인터넷비즈니스의 본격 도입을 눈 앞에 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몇개 벤처업체의 성공이 인터넷비즈니스의 전부는 아니다. 쇼핑몰업체의 성공은 전자상거래로 대변되는 인터넷비즈니스 조기정착의 단초역할을 할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총체적인 기업간 국가간 전자상거래 확산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특히 진정한 의미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기업간 거래(B to B)인 것은 세계시장에서 B to B 시장이 9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데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최근 국내 대기업들과 정부의 태도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다. 삼성과 현대 등이 먼저 그룹차원에서 인터넷을 통해 모든 구매입찰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단한 변화다. 정부도 각종 조달물량을 전자상거래를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무역협회를 비롯한 각종 무역관련 기관 및 단체들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전세계를 상대로 판촉홍보를 적극 추진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실질적인 걸림돌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정보보호 △지적재산권보호 △온라인서비스이용요금 제도개선 △세제혜택 △통신네트워크의 고도화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쪽에서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빨리 가자」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세계의 모든 길은 로마가 아닌 「인터넷」으로 통한다. 인터넷은 이미 시간과 공간 그리고 속도의 개념을 바꾸며 인류의 존재양식을 변화시켰다. 이런 상황은 기업들에 글로벌환경에서 무한한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과 예측하지 못한 무수히 많은 잠재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동일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같은 실례는 이미 세계 각국의 벤처기업을 통해 증명됐고 현재도 증명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돌파구로 여겨지는 전자상거래체계 구축은 분명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우리도 개별기업은 물론 업종별 단체나 정부 및 관련기관들의 CEO가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잭 웰치 노회장이 창피를 무릅쓰고 전자상거래를 외쳐야 했던 이유를 곰곰히 되새겨 볼 때다.

 이제 인터넷비즈니스는 우리 모두에게 이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새로운 패러다임의 유일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김경묵기자 k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