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교각의 유지·보수기록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부문의 열악한 정보화 실태는 이처럼 사고발생시 원인진단을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경쟁력도 크게 뒤처지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최근 「건설사업 정보화 추진전략」보고서를 통해 건설시장 개방과 덤핑수주 관행 등으로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건설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건설사업통합지원시스템(CALS) 등 일관된 정보화전략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회성 주문생산 등의 업종특성을 감안할 때 선진국에 비해 극도로 취약한 정보화기반이 국내 건설산업을 뒷걸음치게 한다는 것이다.
◇정보화 실태=건기연이 밝힌 국내 건설업계의 정보화수준은 다소 충격적이다. 건교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의 PC보급률이 4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업계의 PC 활용대상 업무도 대부분 인사·재무 등 일반문서처리에 치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의 20%에 불과한 업체들이 사내 근거리통신망(LAN)을 구축, 운영하는 등 국내 건설산업의 정보화수준은 점수로 환산할 때 해외 선진국의 62%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 주체별로 보면 공공기관의 경우 주택공사·토지공사·도로공사 등 정부투자기관에 비해 지방국토관리청의 정보인프라가 현격히 낮은 수준이며 특히 기관별로 별도의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돼 외부 기관·업체간의 정보공유가 불가능한 것으로 지적됐다. 건설업체 가운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정보화수준이 심한 격차를 보이는 한편 대기업들의 경우도 회계·자재·견적 등 개별업무의 전산화에 그치는 상황이라고 건기연은 설명했다.
◇문제점 및 대응방안=이 때문에 건교부·공공기관·건설업체 등 산업 각 부문간 문서처리 방식도 수작업 위주로 진행돼 정보의 공유 및 재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 건설사업에 대한 정보관리체계가 허술해 다수 업체와 기관들의 정보취득에 상당한 애로점이 발생하고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내부의 개별업무에 대해서만 정보화의 초점을 두는 등 정보표준화도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같은 실정에 대해 건기연은 무엇보다 타 업종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정보화투자(연간 매출액 대비 0.5%)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주요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WTO체제의 발족으로 시장개방이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들의 CALS체계 도입 추세를 외면하고 있는 점도 국내 산업기반의 취약성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CALS란 기획·설계·시공·유지관리 등 생산활동 전 과정의 정보를 발주기관과 건설업체들이 연계, 활용하자는 건설부문의 초기업단위 정보화전략이다. 건기연은 CALS체계가 구축될 경우 △총건설사업비용의 평균 14% △인허가·자재조달 기간의 95% △종이문서의 90% 등을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지난해부터 2005년까지 3단계에 걸쳐 국가CALS체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총 828억원의 예산을 투입, 내년부터는 주요 국책사업의 주계약자부터 CALS체계 적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건기연 김병곤 연구원은 『업계의 정보화 마인드 부재가 산업경쟁력을 뒤처지게 한다』면서 『충분한 예산확보와 책임 전담기관 선정으로 국가 차원에서 정보화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