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73)

 순례자들이 신부의 시체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행중의 한명이 꿈 속에서 깎아지른 해변의 절벽 위에 마리아가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꿈에서 깬 다음 실제 가보니 그런 절벽이 있고 그 위에서 신부의 시체를 발견한 것입니다. 순례자들은 그 바위를 마리아의 은총이 있었던 성지로 생각하고 후에 마리아상을 세우고 성지화했는데,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마야문명이 멕시코 원주민의 본래 종교였지만, 스페인의 침공이 있은 이후 가톨릭이 들어오면서 멕시코 도처에 마리아의 기적이 발생했습니다. 이 해변의 마리아상도 그 기적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지난번 편지에 당신 집안이 가톨릭 집안이라고 해서 나는 더욱 관심을 가졌습니다. 브라운 아내도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당신도 세례를 받은 신자라면서 최근에는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는데, 종교는 자유입니다만, 일단 믿었으면 끝까지 믿어보십시오. 물론, 나는 잘 안되더군요.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시카고에서 교회에 나가 보았는데, 전혀 신앙심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두번 교회에 나가고 신앙심이 생길 것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신앙이라는 것은 습관적인 것이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없을 때는 아무리 형식이라도 어색하게 마련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며칠 전으로 기억되는데 동네 친구가 교회에 가자고 해서 따라갔습니다.

 어린이 주일학교에 가면 뭘 준다고 해서 갔던 것입니다. 그때 우리들에게 준 것은 과자라든지 공책, 연필이었던 것입니다. 이브 전까지 계속 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끝나고 나자 안주더군요. 그래서 나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 말은 무엇인가를 주어야지 나간다는 뜻이 아니고, 신앙에 있어서 그 목적이 순수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이익을 위해서 종교를 갖습니다. 그러다가 그 이익이 사라지면 외면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신앙은 죽음과 영혼이라는 내세(來世)의 등식을 위해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현생에서 챙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해변의 마리아 상을 보고 우리는 곧 길을 떠났습니다. 두어 시간 달려서 목적지 바하 칼리포르니아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의 해변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호텔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바다 온천이 있다는 모래사장에 갔지요. 계속 온천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내가 동양인이고 온천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제럴드가 안내한 것입니다. 이 해수 온천은 아주 독특한 것이어서 바닷물 속에서 뜨거운 물이 솟구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