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떤 회사가 정보통신부에 찍혔나.」
정통부의 최고위급 간부가 지난 26일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 뒤에서 딴소리하며 정통부를 흔들어댄다』며 최근의 통신업계 이전투구 양상을 지적하면서 「못됐다」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들어 일련의 정통부 정책을 둘러싸고 정통부와 통신업체들 간에 이전에 볼 수 없던 갈등 대립 양상이 빚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정통부 주변에서 이런저런 지적들이 나오긴 했지만 정통부 최고위급 인사가 공개적으로 업계 비판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 강도는 훨씬 높아지게 됐다.
더욱이 최근 정통부 실무 정책진들은 공사석을 막론하고 통신업계의 행태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속내를 털어놓고 있어 정통부의 이같은 비판적 시각이 정통부 전체의 여론으로 확산됐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통부가 특정업체를 염두에 두고 지목한 것 같지는 않다. 정통부의 표현을 빌리면 대기업이라면 일정 부분 공익성도 갖추어야 하는데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워 사사건건 정통부 정책에 반기를 들거나 언론을 통해 불평불만을 흘리는 불특정 다수의 업체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통부 분위기를 좀더 세심히 살피면 업체들간 편차는 존재하는 것 같다. 특히 최근 정통부가 코너에 몰렸던 단말기 보조금 문제 및 광대역 무선가입자망(BWLL)과 관련된 업체들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이동전화사업자들이다. 정통부 주변에서도 정책 호응도가 높은 유선기간통신사업자들에 비해 이동전화사업자들에 대한 불만은 그치질 않고 있다. 물론 이동전화사업자들은 펄쩍 뛴다. 정부 정책에 역행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아니지만 모 업체는 아마도 정통부에 찍혔을 것』이라며 화살을 경쟁사에 돌리고 있다.
이 때문인지 정통부 주변에서는 2, 3개 업체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심지어 일부업체에 대해서는 「손을 한번 봐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아무튼 정통부 최고위급 인사의 26일 발언으로 업체들도 당분간은 몸조심, 입조심하자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정부와 업계 간에 이같은 갈등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이고 누가 먼저 잘못했느냐를 따질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은 업계를 제압할 정부의 정책 수단과 파워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