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룡 "인텔", 인터넷으로 승부건다

 미국 인텔이 서비스업체로의 변신을 적극 꾀하고 있다. 바로 인터넷 데이터 서비스 사업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강자지만 극심한 칩 가격경쟁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는 시장환경에 놓인 인텔로서는 네트워크 제품의 강화 외에 좀더 적극적인 「인터넷 대응전략」이 필요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칩과 같은 물리적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또다른 승부를 걸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인텔은 최근 신설한 「인터넷 데이터 서비스(IDS)」 사업본부에 앞으로 2, 3년 동안 10억달러 이상 투자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인텔이 추진하는 데이터 서비스는 웹 호스팅을 비롯해 인터넷 접속, 애플리케이션 공급, 웹 컨설팅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현재 인터넷 서비스업체(ISP)들이 자원을 집중적으로 쏟아붓고 있는 인터넷 컨설팅 분야를 말한다.

 IDS사업부는 우선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는 전세계 1만4000여개 ISP들의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는 일을 맡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인텔은 세계 각지에 있는 ISP들의 늘어나는 제품 및 서비스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세계적인 채널 프로그램을 개발중이다.

 「인텔 ISP 프로그램」은 ISP뿐만 아니라 이들과 협력하는 VAR(Value Added Reseller)들에게도 LAN 및 WAN 접속제품과 서버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토대가 되겠다는 게 인텔의 궁극목표다.

 시장조사업체인 포레스터 리서치에 의하면 ISP들이 인터넷 서비스에 필요한 시스템자원을 직접 구입, 관리하기보다 이를 대여하는 추세로 점차 이행함에 따라 데이터센터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억7600만달러 규모였던 이 시장은 오는 2003년 16배가 넘는 146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데이터웨어 하우징 시장 또한 2, 3년 내에 100억∼1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웹호스팅 분야도 마찬가지. 포레스터 리서치는 지난 97년 4억달러정도였던 시장매출이 오는 2002년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이같은 데이터서비스를 위해 독자적인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다.

 자체 웹사이트나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축, 운용하는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물론 85억여달러의 현금을 보유, 12개의 지역 데이터센터에 각각 5000만∼1억달러 정도를 투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각 데이터센터에 2000∼5000대의 고속 서버를 구축해 수천개의 기업고객들에게 동시에 웹페이지를 전송하거나 저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다는 것이 인텔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인텔은 북미지역에 수백대의 서버와 관련 설비를 갖춘 고객지원 시험센터를 설립중이며 올 연말까지 유럽지역으로, 내년에는 전세계적으로 이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 서버들이 고객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기업간 비즈니스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한편 자사 컨설턴트들은 고객의 전자상거래(EC) 사이트 설계를 지원해 주게 된다는 얘기다.

 IDS라는 전략적 개념을 만들어 낸 크레이그 배럿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은 인터넷 상에서 데이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백본(중심)이 되겠다』며 『이를 위해 전세계에 걸쳐 「서버농장」을 지을 것』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인텔은 통신 및 다른 ISP들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또 ISP들의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IDS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게리 파커 선임부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인텔은 이제 인터넷시대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이는 칩 시대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칩이 아닌 인터넷사업에서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인터넷은 이제 PC구매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의 대다수가 인터넷 접속을 위해 PC를 구매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나 웹폰, 개인휴대단말기(PDA)등 PC가 아닌 인터넷 접속 단말기도 최근 무섭게 뜨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인텔로서는 칩 수요를 새로운 인터넷 단말기로까지 넓히기 위해 인터넷의 전개방향을 정확히 짚어내고 그 흐름에 적극 동참할 필요성이 절실했던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수입원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텔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현재 1000여개 ISP들을 위해 9000개가 넘는 서버를 관리하고 있는 엑소더스 커뮤니케이션스는 이 분야에서 충분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인텔의 주장이 과장된 것이라며 자신들도 데이터 서비스분야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는데 수년이 걸렸다고 일침을 놓았다.

 즉 반도체 조립공장을 세우는 것과 같이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의 데이터 서비스사업이 이 회사의 본격적인 인터넷시대 진입에 발판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