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지식정보사회와 통신산업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는 「정보사회」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왔다. 이 단어를 어찌나 많이 썼는지 거의 식상할 정도다. 이제는 여기에 「지식」을 접두사로 붙여서 「지식정보사회」라고 한다. 말은 조금씩 달라져 왔지만 그 근본적 의미는 정보가 지배하는 사회를 지칭하고 있다.

 지식의 생산·가공·유통·소비가 보편화되고 정보가 사회의 중심축을 이룬다는 뜻이다. 경영도 이제는 너도 나도 「지식경영」이 아니면 안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다수 대중의 움직임에 대해 막연한 불안을 느끼며 새로운 유행을 찾아 여기저기를 헤매는 우를 범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식정보사회에서 통신산업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보의 유통과 소비가 거의 전적으로 통신에 의존하며 정보의 생산과 가공 또한 통신에 의해 매우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통신산업 자체가 정보산업이며, 여타 산업이 정보를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통신산업이다.

 따라서 필자는 지식정보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거창한 비전과 정책이 나오기보다 오늘의 통신산업이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규제제도와 여건을 혁신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실제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의 통신산업이 경직된 정책, 낙후된 제도, 세세한 간섭, 정치적 배려 등으로 제약된다면 도무지 지식정보사회의 실현은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충분한 동기부여, 자유로운 여건조성, 잘 절제된 통제가 개인이나 가정, 기업에서 모두 훌륭한 성과를 보장해 준다는 것은 보편적 진리에 속한다.

 얼마 전 맥도널드 햄버거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2만5000번째 체인점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늘도 코카콜라는 전세계에서 물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계속 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세계속에서 미국 기업으로 훌륭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리의 통신산업은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 왔지만 과거의 성공전략이 앞으로 통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넘어간 시장주도권은 되돌아오기 어렵다.

 중앙집중적인 정부 주도의 정책성 통신사업의 비효율성은 이미 검증되었다.

 오히려 관심없고 지원이 많지 않았던 분야에서 업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성공하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동기부여 안에서 왕성한 기업가 정신이 꽃을 피우게 된다. 높은 성과는 경쟁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자기가 속한 단체나 조직에 충성을 바치는 이웃나라 일본 사람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우 개인지향적이고 경쟁지향적이다. 우리 스스로도 많이 비판하는 과소비 행태는 우리의 경쟁적 성향에 기인하는 바 크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심은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좋은 제도로 잘 유도되고 통제되기만 한다면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통신시장은 이제 충분히 경쟁적이라 할 만하지만 추가적인 경쟁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사업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든가 새로운 사업으로 기존의 서비스를 교체하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새로운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면 그만큼 우리의 경쟁력은 향상되고 소비자 후생은 증진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꼭 필요한 것은 이들 사업자가 수익을 추구할 동기를 충분히 부여하고 기존 사업자나 신규 사업자 모두에게 공정한 제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사업자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경쟁력 향상과 소비자 후생 증진에 확고한 원칙을 두는 선진 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그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쟁심이 어떤 모양의 지식정보사회를 빚어갈지를.

<김한석 한국통신 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