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81)

 기름투성이로 열심히 일하는 카센터 직공도 휴일이 되면 소형 요트를 끌고 바다로 나가 파도를 타면서 뱃놀이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일을 해도 하는 것 같지 않고 놀아도 노는 것 같지 않은 삶은 참으로 한심한 것이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마음껏 즐기는 이들의 사고방식은 나에게 무엇인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는 여유도 없었지만 열심히 일할 뿐 즐기는 쪽은 인색했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이제부터 즐기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에 그것을 먼저 정복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반드시 해낼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당신이 도와주십시오. 당신 편지의 앞과 뒤에 나오는 사랑한다는 그 말이 나를 돕고 있습니다. 계속 그런 단어를 볼 수 있는 것은 나에게 힘이 되면서 큰 도움이 됩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흔하게 쓰이고, 통속적이라는 이유로 피하는 것이 우리 동양인들의 습성입니다만, 그것은 별로 아름다운 습성은 아닙니다. 이들 서양인처럼 자주 말해도 결코 통속적인 일은 아닙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이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1월 15일    

 미시간호변에서 최영준으로부터

 완연한 봄입니다. 한국의 산천에도 봄이 왔겠지요. 산에는 진달래가 피고, 진해에는 벚꽃이 만발했을 것입니다. 서울의 봄은 어떻습니까. 이곳의 교민들 신문을 읽어보면 서울의 봄은 최악의 상태라고 하고 있습니다. 아주 슬픈 봄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연일 데모가 들끓고, 정치는 끝을 모르고 소용돌이치고 있으며, 군부는 기회를 노리며 암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 나는 새로 생긴 사찰에 나가 보았습니다. 교회에 나갔다가 절에 나갔다 하면서 줏대없이 종교를 갖느냐고 하겠지만 신앙심이 있어서 출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새로 생긴 시카고 교외의 사찰은 나의 학교 선배, 그러니까 목상을 나온 사람이 스폰서가 되어 불사를 했는데 후배라는 사실을 알고 나를 초대했던 것입니다. 절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잘 찾아가는 곳이기에 관심을 갖습니다. 어머니는 부처님에게 아들의 장래를 빌기 위해 정기적으로 절을 찾아갑니다. 어머니는 절뿐만 아니라 아들을 축복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교회이든 성당이든 가리지 않는 분이니까 어떻게 보면 제대로의 신앙생활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의 그러한 신앙태도를 결코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