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PC통신> "제4의 미디어" 각광

 총각 네티즌 Y씨(32). 오전 9시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부팅 기계음과 함께 PC통신 초기화면이 뜬다. 이미 입력해 놓은 회원ID와 비밀번호가 Y씨의 PC통신 경로를 알아서 찾아간다. 채 1분도 안된 사이에 Y씨는 자판기 커피와 함께 사이버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그 속에서 그는 여러 조간신문을 보고 그에게 온 편지를 읽었다. 게시판에서 다양한 정보를 보고 바쁜 시간의 짧은 인터넷도 즐겼다.

 이후 점심시간. Y씨는 PC통신에 접속한다. 수시로 변하는 주가동향을 체크하고 동호회 대화방에서 잠깐 채팅을 즐긴다. 얼굴을 모르는 사람과 낯선 대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퇴근 이후 Y씨는 안방까지 연결된 인터넷 전용선을 타고 PC통신과 인터넷을 즐긴다. 필요한 정보와 최근의 시사동향은 대부분 이를 통해 얻는다. Y씨의 사이버 탐험시간은 하루평균 4시간 남짓. PC통신과 인터넷 관련 직업은 아니지만 그에게 PC통신이 없다면 그는 문맹과 다름없다. 최근에는 인터넷 미팅에 흠뻑 젖어 있다.

 또 다른 네티즌 J씨(여·28). J씨 역시 미혼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그녀에게 유일한 낙이자 취미는 채팅. 밤을 꼬박 새면서 채팅한 적도 수없이 많다. 전엔 주위에서 소극적인 성격이란 얘기를 많이 들었으나 채팅을 하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이야기 주제가 자유로워 격의없는 대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요즘은 혼기를 생각해 미팅관련 채팅을 자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PC통신과 인터넷을 이용해 결혼을 준비중이다. 정보체득과 취미로 시작한 PC통신이 어쩌면 두 남녀에게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성사시켜 줄지 모른다. 옛날 같으면 술 석 잔을 고스란히 얻어 마셔야 할 판이다. 「중매쟁이」로까지 나선 PC통신의 영역은 이제 안 닿는 곳이 없다. 물건을 사고 팔고, 편지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직장까지 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연계돼 포털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PC통신의 역사는 지난 85년 천리안이 서비스를 개시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존재조차 몰랐던 PC통신이 이젠 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통신수단으로 자리했다. 최근에는 주식 붐으로 하루 이용자수가 연일 최고를 갱신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젊은세대의 전유물로만 알았던 PC통신이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생활 깊숙이 파고 들었다. 지난 1월 가입자 500만명 돌파 이후 달마다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전국민의 10% 이상이 PC통신을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이들 업체의 매출도 3000억원을 웃돌았다. IMF로 어려운 경제사정 속에서도 이들 업체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급변하는 통신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 주역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컴퓨터통신의 대명사로 군림하면서 PC통신업체들의 마케팅 전략도 바뀌고 있다. 국내에서 국제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인터넷의 거센 물결을 맞받아치기보다 흐름을 타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인터넷과 맞서 자리싸움을 하기보다 협력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 결과 6개 PC통신사들의 전략 모두 인터넷 포털사이트화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PC통신사들이 추구하는 공통분모는 이제 인터넷에 모아져 있다.

 인터넷과 손잡은 PC통신업체들이 서둘러 추진한 서비스는 인터넷 뱅킹과 홈트레이딩. 전국민의 시선을 한데 모았던 주식시장의 주식상황을 순간 순간 전하면서 그 가치를 한껏 높였다. 이어 전자상거래(EC)로 이어지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첨병으로 활약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서비스를 다양화하면서 야후나 라이코스 등 인터넷 전문 포털사이트와 정면대결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과 결합한 PC통신의 대변신은 신문·라디오·TV에 이어 「제4의 미디어」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단순히 「통신」으로만 국한되지 않고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이미 PC통신의 여론은 정치와 경제의 상당부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올해도 PC통신은 고도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PC통신 서비스업체들은 올해 가입자수가 7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2000년에는 1000만 가입자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PC통신과 인터넷이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 환경을 개척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0년 이후 PC통신이 어떤 모습을 갖춰갈 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