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대부분 마무리되는 학내망 사업에 대해 일부 시도 교육청이 해외업체들만이 가능한 특정 사양을 확정하거나 아예 해외 특정업체명을 사양서에 명기하려다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번복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국내 네트워크업계는 이러한 사양서는 명백한 불공정거래 행위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학내망 사업이 해외업체 살찌우기로 일관돼 결국에는 국내 네트워크업계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빚는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국내 네트워크업계의 모임인 한국네트워크연구조합(이사장 이관수)은 이에 따라 최근 회원사 긴급회동을 갖고 이를 시정해달라는 진정서를 2일 청와대·총리실·교육부 등에 발송했다.
네트워크연구조합에 따르면 수원·화성·안성·평택·안산 등 경기도 소속 일부 교육청이 일선교사에게 제시한 학내망 사양서에 스위치는 기가 스태킹 기능을 제공하거나 스위치간 기가속도로 연결 가능한 제품을 구매하라고 적시됐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국산 네트워크장비 가운데 기가 스태킹이나 기가속도로 스위치를 연결하는 제품은 전무한 실정이어서 결국 국산제품은 원천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해 특정 규격의 학내망 사양서를 확정했다가 문제가 되자 이를 수정, 일반 수준의 학내망 사양서를 산하 교육청으로 내려보냈으나 일선 교육청 실무자들에 의해 무시되고 있는 상태다.
또 K교육청의 경우 외국 H사에 유리한 학내망 규격서로 일관, 국내 업체들의 영업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예 특정업체 제품을 구매하도록 비고란에 적시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J교육청은 올해 학내망 규격서의 비고란에 특정 해외업체인 I사를 적시했으나 결재과정에서 이 서류가 외부로 유출되자 백지화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지역 학내망 사업을 주관해온 J교육청 실무담당자는 『네트워크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는 도중에 일부 서류가 유출돼 오해가 발생했다』며 『특정업체를 명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가 스태킹의 경우 데이터 통신량이 많은 일부 대기업에서나 적용하고 있는 스위치 연결방식으로 데이터 통신량이 적고 PC실습실이 대부분 건물별로 떨어져 있는 학내망에는 과다사양』이라며 『서버로 몰리는 데이터를 위해서는 국산 장비도 제공하는 기가 업링크모듈을 이용해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데이터 통신량이 비교적 많은 제주도교육청,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도 국산 네트워크 장비를 채택, 별 무리없이 운영되고 있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내망 사업을 진행해온 교육청 소속 한 전산실 관계자는 『기가 스태킹을 학내망에 적용하는 것은 비용대비 성능 측면에 부적절한 조치』라며 학내망에 적합한 규격을 선정, 국내업체와 해외업체간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