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벤처기업 집적시설 활성화

 정부에서 21세기 성장의 맹아를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벤처기업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금 지원에서부터 보육·입지시설 및 판로확보 등 전방위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다짐이고 의도다.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은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벤처 지원정책은 벤처기업의 특성에 맞게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벤처기업 지원정책은 주로 창업과 보육 위주의 기형적인 지원 형태로 운영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지원 형태는 정부가 오는 2002년까지 2만개의 벤처기업을 중점 육성하겠다는 큰 뜻에 연유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기형적인 지원으로 인해 정부의 자금지원으로 탄생한 벤처기업들의 부도사태가 줄을 잇고 심지어는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사이비 벤처기업까지 등장하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해 두어선 안될 큰 문제다.

 벤처기업 지원정책에 있어선 창업과 보육만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벤처기업들이 모험사업을 안정화하고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맞게 창의성을 발휘, 새로운 아이템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더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인 창업 붐만 조성한 채 육성에는 끝내 실패한 일본의 전철을 되풀이할 소지가 크다.

 이런 점에서 중기청이 최근 「벤처기업 집적시설 지정·관리에 관한 지침」을 개정, 벤처기업 집적시설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부가 도심 속의 인텔리전트 빌딩을 지정, 건물주에게 세제혜택을 주면서 벤처기업들에는 좀더 싼값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벤처집적시설 지정대상에 특히 정보처리·컴퓨터 관련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교육 및 관련인력 양성 기관들까지 포함시킨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들 벤처집적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 수준은 전국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에 설치·운영되고 있는 창업보육센터·신기술보육센터 등 창업 인큐베이터에 비하면 다소 떨어지지만 벤처기업 경영과 연관성이 높은 기관들이 모여 있어 시너지 효과가 높고, 벤처 활성화라는 공동체 의식까지 제고할 수 있는 등의 여러 가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 집적시설 지정제도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무부처인 중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말까지 벤처기업 집적시설로 지정된 건물은 전국에 걸쳐 총 41개이며 총면적만도 7만5600평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 벤처집적시설에 입주한 업체는 당초 목표(1042개)의 10%를 갓 넘는 139개사에 불과하다.

 물론 이는 집적시설로 지정받은 건물 중 상당수가 신축중인 건물까지 포함돼 있는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실수요자인 벤처기업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벤처기업 경영에 필요한 업무 지원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벤처기업 집적시설 입주대상에 벤처기업에 신기술을 공급해줄 연구기관, 업무처리를 도와줄 정보처리업체 및 인력양성기관까지 포함시킨 것도 벤처기업 지원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특히 이번 조치를 계기로 오는 2002년까지 전국에 100개 집적시설을 지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양보다는 질이다. 아무리 집적시설이 많아진다 해도 수요자들인 벤처기업의 호응도가 낮으면 의미가 없다. 또 벤처기업들의 입주가 부진한데 이들을 지원할 인프라 구축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너무 단순한 논리다.

 그만큼 성공적인 벤처집적시설 모델을 발굴, 표본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벤처집적시설의 활성화를 위해선 하드웨어적인 요소와 함께 소프트웨어적인 운영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의 벤처기업 집적시설 활성화 계획이 한낱 전시행정으로 끝나선 안된다. 벤처기업 집적시설이 벤처기업 창업 및 육성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도심속의 벤처 보금자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