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동전화 정보서비스 "WAP", 일본시장서 앞날 불안

 일본에 「무선애플리케이션프로토콜(WAP)」이라는 통신기술을 사용한 휴대폰 대상의 정보제공 서비스가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DDI셀룰러와 일본이동통신(IDO)이 지난 4월 14일을 기해 각각 개시한 「EZweb」과 「EZ액세서」가 그것으로 이름만 다를 뿐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같은 서비스다.

 WAP은 휴대폰 등의 무선단말기로부터 인터넷 등의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 필요한 통신프로토콜로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의 노키아, 미국의 모토롤러 등을 주축으로 하는 협의체 「WAP포럼」의 지원에 힘입어 세계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일본에 등장한 WAP 서비스의 앞날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앞서 일본 최대 휴대폰사업자인 NTT도코모가 지난 2월 시작한 휴대폰 정보서비스 「i모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코모 독자의 프로토콜을 채택하는 i모드는 50%를 넘는 도코모의 휴대폰서비스 시장점유율이 뒷받침하는 데다 서비스 내용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WAP 서비스는 월 400엔 정도로 전자메일의 송수신이나 뉴스·게임 등의 정보콘텐츠 열람은 물론 i모드에는 없는 개인정보관리(PIM)까지 가능하고, 국내 콘텐츠 이외 미국 ABC·블룸버그 등 다른 나라에서 제공하는 WAP용 콘텐츠도 열람할 수 있다. 게다가 WAP은 세계 각국으로 보급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그 콘텐츠도 점차 늘어 i모드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의 WAP 서비스는 가장 중요한 국내 콘텐츠에서 i모드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콘텐츠 제공업체의 경우 88개사인 i모드의 절반(양사 합쳐 32개사)에도 못미치며, 모빌뱅킹·티켓예약 등 전자상거래(EC) 성격을 띠는 콘텐츠의 제공업체 수는 44개사인 i모드의 5분의 1 수준(9개사)에 불과하다.

 게다가 WAP과 i모드 양쪽에 모두 제공되고 있는 콘텐츠에서는 질적인 차이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실 콘텐츠 제작방법 면에서도 WAP보다는 i모드에 정보제공 업체가 몰릴 가능성이 더 높다. i모드는 홈페이지 기술언어인 「하이퍼텍스트마크업랭귀지(HTML)」에 휴대폰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한 「i모드 대응 HTML」이라는 언어를 채용해 인터넷 상에서 공개하고 있는 콘텐츠를 i모드용으로 간단히 유용할 수 있다. 이 결과 개인이나 중소기업 등의 사이트가 잇따라 정보를 제공해 「i모드용 콘텐츠가 스스로 증식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WAP은 단말기 측의 처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통신방식이어서 기술언어도 「HDML(Handheld Device Markup Language)」로 불리는 독자 방식을 사용하는데, 언어 사양이 HTML과 다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i모드보다 콘텐츠 제작에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과금 방법에서도 WAP이 i모드에 뒤진다. i모드는 콘텐츠 전송에 적합하도록 데이터량에 따라 과금하는 「패킷통신」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데 반해 WAP은 일반 전화와 마찬가지로 사용시간에 따라 과금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i모드와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DDI 셀룰러와 IDO는 우선 연말에 패킷통신 방식으로 WAP 서비스를 전환하고, 이후 현재 전국 서비스하고 있는 「cdmaOne」에 대응하는 휴대폰에 WAP 기능을 표준 탑재할 계획이다. WAP은 휴대폰 제작을 우선시 한 규격이어서 단말기 크기를 거의 변화시키지 않고도 그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WAP 서비스의 가입자 증가에 빼놓을 수 없는 콘텐츠의 확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IDO는 은행 등 EC 관련 콘텐츠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나 참가 기업이 어느 정도나 될지는 미지수다.

 i모드가 워낙 호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코모가 모든 휴대폰을 i모드 대응으로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콘텐츠 제공업체가 WAP 쪽으로 관심을 돌릴 확률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든 WAP 진영으로는 과감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이른 시일내에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