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네트워크산업에 있어 수출원년의 해로 기록될 만하다. 지난 1, 2년간 IMF라는 척박한 토양에서 뿌리를 내렸던 국내 네트워크업체들이 이제는 해외로 힘차게 내달리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올해 수출목표는 1억달러 수준. 이같은 목표가 달성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이엔드시장에서는 네트워크강국인 미국제품과 경쟁해야 하며 로엔드시장에선 저가를 앞세운 대만산에 밀리는 형국이다. 아직 이같은 「샌드위치」 상황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표정은 예상외로 밝다. 올해들어 활기를 띠고 있는 국내업체들의 수출동향과 문제점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지난달 삼성전자의 강병창 연구위원은 미국에서 날아온 낭보에 귀를 의심했다. 삼성전자가 네트워크의 본고장인 미국에 자사가 개발한 ATM스위치 스타레이서를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 ATM스위치는 시스코·노텔네트웍스·뉴브리지 등 소수의 해외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해온 제품으로 국내 업체가 그것도 미국지역에 이를 수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 연구위원은 『경쟁제품과의 철저한 성능검토를 거쳐 이번 수출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물량도 기대된다』며 『이번 수출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국산 제품의 신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양에 소재한 벤처기업 텔리웨어는 지난 4월 미국의 한 업체와 고속으로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는 대칭형 디지털가입자회선(SDSL) 라우터 장비 1000대를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미국 업체가 내년까지 구매하겠다고 밝힌 수량은 10여만대. 이 장비의 현지 소매가격이 600달러 수준이어서 총수출금액은 대략 3000만달러가 될 것이라는 게 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LG정보통신은 지난달 중국시장에 처음으로 자사 라우터를 수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은 누구나 군침을 삼키는 지역이기 때문에 업체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라며 『성능과 가격이 밑받침이 되지 않고서는 시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수출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올해 500만달러 어치를 중국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국산 네트워크 장비의 수출물량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국산장비의 성능이 크게 개선된데다 가격도 저렴해 틈새시장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시장만큼 편견이 좌우하는 시장은 드물다』며 『이러한 시장환경에서 국내 업체들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자생력이 있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사업자 대상의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소기업이나 소호시장에서는 국내 제품이 충분히 파고들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한아시스템 신동주 사장은 『올해들어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유럽연합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려고 하는 등 시장환경적인 측면에서는 국내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최대 호기』라며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의지를 갖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내 네트워크업계의 해외로 향한 힘찬 발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