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86)

 그렇지만 자동차 경기는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버드나무 낙엽과 자동차 경기만 떠오르는 썰렁한 가을입니다. 이제 내가 귀국할 날도 그렇게 멀지 않은 듯합니다. 당신을 만난다는 생각을 하자 하루 빨리 귀국하고 싶어집니다. 내가 미국에 온 지도 한 해가 넘어갑니다. 아주 긴 세월 같은 데도 지내놓고 보니 금방 지나간 것을 느낍니다. 나는 미국에 와서 공부한 것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는 너무나 급박한 변화가 있었던 한 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때의 백 년에 해당하는 것이 한 해에 모두 이루어진 그 같은 속도감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10월 25일    

 미시간호변에서 최영준으로부터

 어쩌면 당신이 이 편지를 받기보다 내가 먼저 귀국하여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이 편지를 띄웁니다. 내가 먼저 가든, 편지가 먼저 가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언제부터인지 나는 내 책상 앞의 달력에다 귀국할 날짜를 놓고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귀국을 하면 부모님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고, 당신을 만난다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대로 다시 귀환하면 아마 많이 바뀌었겠지요. 당신의 오빠인 나의 소대장은 이제 진급을 하여 다른 부서로 배속을 받았다니까 점호시간에 볼 수 없을 것이고, 통신 소프트웨어 연구반에 함께 있던 두 명의 선배들도 제대를 하고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내 부대의 사령관이 이제는 대통령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변화일 것입니다. 사령관일 때도 만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를 만나지 못하겠군요. 물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아니지만.

 당신은 변함없이 은행 창구에 출근을 하고 있습니까. 그러면 나는 기회있을 때마다 외출을 하여 통장에 입금을 하고 출금을 하려고 합니다. 이젠 전에 내가 했던 것과는 좀더 여유있고 다른 이유로 말입니다. 그것이 인생이지 않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내가 연구소에 와서 개발한 프로그램은 PSY2라는 것인데, 펄스의 제어장치 개발입니다. 이 분야는 미국보다 소련에서 앞서 있지요. 그것을 나의 개발로 소련과 대등한 위치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 때문인지 연구소에서는 계속 남아서 일해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나는 민간인 신분이 아니어서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