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명무실한 UPS KS인증

 무정전전원장치(UPS) 관련 한국산업표준규격(KSC­4310)이 민간업체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조차 외면하는, 사실상의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했다는 것은 큰 문제다.

 KS규격이라 하면 관계법이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경공업 제품의 품질고도화 및 관련서비스의 향상, 생산효율의 향상, 생산기술의 혁신을 기하며 거래의 단순화·공정화 및 소비의 합리화를 통하여 산업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다시 말해 산업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국내 전 산업계가 KS규격에 부합되는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들이 KS규격 인증 제품을 믿고 구입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KS규격이 불신을 받으면 관련산업은 물론이고 정부정책의 신뢰성에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된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KS규격이 유독 UPS분야에서 불신을 받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우선 관련규정이 최근의 기술발전 추이에 부합되지 않거나 법체계 정비의 부족, 관계기관의 안이한 대처 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술발전 추세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96년 12월 제정된 현행 국가표준규격(KSC­4310)이 병렬운전이나 리던던시(Redundancy:한쪽 전원이 끊어졌을 때 또다른 전원을 공급하는 기능) 및 통신네트워크분야 등 최근의 기술발전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UPS 관련 KS 심사기준의 미비다. 기술표준원(당시 국립기술품질원)이 UPS 관련규격만 제정하고 관련업체가 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KS심사기준」을 아직껏 만들지 않고 있다.

 실체법만 있고 절차법이 없는 것과 같은 이러한 안일한 대처가 결국 국가표준규격을 민간단체가 만든 규격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시킨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수요처의 문제도 없지는 않다. 민간업체는 물론이고 공공기관들조차 국가표준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5kVA 정격제품 발주시에는 일반적으로 전기용품 형식승인을, 그 이상의 대용량 제품은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이 단체수의 계약용으로 만든 EQ인증이나 발주기관이 정한 규격을 채택하는 등 난맥상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국가기관에서는 KSC­4310 규격이 제정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지난 3월 UPS 공개입찰에 나섰던 모 군부대의 경우 입찰자격 제한조건에서 국가표준규격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EQ마크나 ISO9001인증 획득업체로 한정해 관련업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국가표준으로서의 권위가 실추된 UPS 관련 KS규격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컴퓨터·네트워킹시스템과 연계되는 UPS의 소프트웨어 기술 및 운용환경 기술추세를 반영하는 KS규격에 대한 개정작업이 시급하다.

 특히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5년에 1회 개정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사실상 문제의 본질을 외면해 온 관계기관의 책임도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당연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그것이 바른 문제해결로 이어지려면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올바른 상황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다행히 정부 직제개편에 따라 최근 중소기업청 산하 기술품질원을 이관받은 산업자원부가 하반기부터 KS와 기술규격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대대적인 정비작업에 나설 계획으로 있어 그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공산품의 국내 규격을 정한 KS규격이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정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우리 공산품 수출이 어려워진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KS규격의 재정비에 나서기로 한 것도 ISO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기술규격에 해당하는 안전규격과 품질규격을 국제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기술품질원의 기능을 중소기업의 기술지도와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에서 규격 표준화쪽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한 것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차제에 산·학·연·관이 혜지를 모아 한국산업표준규격과 기술규격기준을 국제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