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파 규제" 입법 문제점 많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일부 여야의원들이 전자파를 법적인 공해로 지정,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가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 최근 국회에 제출한 전자파 관련법의 개정안은 임시국회에 이를 상정하여 입법화를 추진한다는 것으로 환경오염의 정의에 전자파를 추가,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안과 유해광선 및 전자파 차단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대상이다.

 만약 이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자파 방출시설이나 기기를 보유한 방송국·통신업체 등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유해광선 및 전자파의 차단 또는 중화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또 앞으로는 컴퓨터 단말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에 대한 규제기준이 노동부령으로 정해지게 된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이처럼 전자파에 관심을 갖거나 특히 근로자의 건강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격려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법제화 추진 절차나 내용, 국제적인 전자파 규제현실 등을 감안할 때 이 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파 차단장치의 설치 의무화 발상은 마치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차의 급발진 사고를 막기 위해선 자동차에 전자파 차단 또는 중화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사전에 급발진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 없이 다만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전자파 때문인 것 같다고 해서 전자파 차단장치를 설치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면 이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어불성설이다.

 마찬가지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확실한 조사나 연구결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자파를 수질·대기·토양·방사능 오염 등과 같은 환경오염으로 정의하고 규제한다는 것은 문제다.

 선진국들조차 전자파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이제부터 시작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인체보호기준 법제화를 오는 2005년 권고사항으로 예정하고 있다.

 또 선진국에서 전자파 관련 법제화를 추진한다면 이는 노동부가 아니라 정보통신 주무부처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컴퓨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 규제기준을 노동부령으로 정하여 시행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는 이미 정보통신부령으로 시행되고 있는 만큼 노동부령으로 별도 제정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또 기술적으로도 전자파의 감쇠는 가능하나 전자파 자체의 완전한 차단은 불가능하며 중화장치도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계기관의 전망이다.

 더욱이 한국전자파학회에서 지난 5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제정, 공표한 데 이어 국회에서도 이미 전자파유해대책위원회를 구성, 연말까지 법제화 문제를 논의키로 하는 등의 향후 추진일정이 마련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회 환경노동위가 이와는 별도로 전자파 관련 의원입법을 추진한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나 학계에서 『유해 입증이 되지도 않은 전자파를 환경오염의 정의에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더러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정부 강제기준으로 제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동 발의안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는 국회나 정부에서 전자파의 인체유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체에 유해하다는 확실한 입증이 안된 상태에서 이를 강제 규제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옳지 못하다.

 이보다는 전자파 연구기금 같은 것을 조성해 관계기관으로 하여금 전자파 인체유해 여부에 대한 연구나 중화기술 또는 최근 성과를 보이고 있는 전자파 측정기술의 실용화 등 전자파에 대한 연구지원을 강화하는 일이나 만약 전자파로 인한 질병이 확인될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등의 좀더 장기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 더욱 시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