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89)

 『제대 신고를 하러 왔지. 군기가 들어 있을 수밖에 없지.』

 노지우 과장이 말하면서 히죽 웃었다. 노 과장은 기술실 책임자였다. 내가 전에 있을 때 없었던 사람인데, 다른 컴퓨터 회사에서 새로 스카우트한 기술자였다. 기술실은 실장과 차장이 없어지면서 과장이 최고 책임자가 되었으니 직제가 강등된 셈이었다. 기술 연구개발을 하찮게 여기는 홍 사장의 경영 철학을 엿보게 하는 처사였다. 사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안경을 쓰고 앉아 있는 비쩍 마른 사십대 초반의 중년이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매우 신경질적인 인상을 풍겼다.

 『말씀드렸던 기술자 최영준입니다. 입사 보고를 드리려고 왔습니다.』

 노 과장이 부동자세로 서서 말했다. 홍 사장은 안경다리를 한번 만지면서 몸을 회전의자 등받이로 젖히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친구가 TS3를 개발한 기술자요?』

 『네, 그렇습니다, 사장님.』

 『TS3가 뭐라고 했지요? 무슨 암호인가 본데?』

 『그렇습니다. 텔렉스 교환장치 소프트웨어입니다.』

 『그것을 이 사람이 개발했다고 했소?』

 『네.』

 『상고 출신이라면서?』

 홍 사장은 약간 비웃는 어투로 물었다. 노 과장이 대답했다.

 『목포상고 출신의 컴퓨터 기술자들이 많습니다. 우리 회사 기술실에 들어와 있는 윤대섭도 목상 출신으로 아마 최영준씨 후배가 될 것입니다. 다른 회사에도 여러 명 있습니다. 왜 그렇냐면 목상에서 일찍이 컴퓨터를 들여와서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최 군 앞으로 잘 해 봅시다. 먼저 나가보게.』

 홍 사장은 손짓을 하면서 나가라고 하였다. 나는 거수경례를 붙이고 방을 나갔다. 뒤에서 홍 사장이 노 과장에게 묻는 말이 들렸다.

 『저 친구 이번에 군대에서 제대했다고 했소?』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거수경례를 붙이는 군대식 인사는 안했으면 싶군.』

 『네, 그렇게 지시해 놓겠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대단한 기술자인지는 모르지만, 대학도 안 나온 상고 출신 기술자를 다시 채용할 필요가 있소?』

 『그렇지 않습니다, 사장님. 저 친구는 컴퓨터 엔지니어계에는 소문이 날 정도로 알려진 기술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