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가전에서 정보의 창구로 통하는 디스플레이는 오는 2002년 세계시장 규모가 2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차세대 유망분야다. 이미 그 주도권을 둘러싸고 여러 종류의 기술이 각축을 벌이고 있고, 열기 또한 매우 뜨겁다.
지난 수십년간 디스플레이를 대표해 온 브라운관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갖춰야 할 필수조건은 가볍고 얇으면서 동시에 화질도 우수할 것, 즉 경(輕)·박(薄)·고화질 3가지다.
이 3박자를 만족시키는 대표적 디스플레이로는 박막트랜지스터(TFT) 방식의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이 있다.
이들은 특히 이미 제품화, 경쟁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쪽도 보급의 관건인 가격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주변 여건도 성숙돼 있지 않아 아직은 제대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TFT LCD와 PDP 이외에도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지향하는 기술은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경·박·고화질의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는 기술로는 일본빅터가 개발하고 있는 「DILA」가 주목을 끌고 있다.
DILA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이미지 라이트 앰플리파이어」의 약어로 직접 써넣기가 가능한 광증폭 소자를 의미한다.
사실 이 DILA는 90년대 초 빅터가 미국 휴스와 공동으로 LCD를 대신하게 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개발한 ILA 소자를 기반으로 개발한 기술이다.
따라서 기본구조와 작동원리 등은 ILA 장치나 DILA 장치가 거의 같다.
빅터는 지난 93년 프로젝터에 탑재하는 방법으로 이 ILA소자를 처음으로 상품화했다. ILA방식 프로젝터는 휘도가 당시 시판중인 프로젝터 가운데서 가장 높아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ILA는 각 변의 길이가 1.5㎝인 정사각형에 두께 3㎜(화면크기 0.9인치)의 특수장치로 구성돼 있다.
그 구조는 빛을 전기로 변환시키는 광도전막(光導電膜), 전기를 저장하는 유전체(誘電쯜), 그리고 이들 사이에 액정분자 등을 나열하고 투명한 유리전극을 끼운 형태다.
이 ILA 소자를 채택한 프로젝터는 브라운관으로부터 영상 광(빛)을 받아 일단 이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100만배 이상 증폭시킨다. 이어 이 증폭된 전기신호로 액정분자의 방향을 제어해 다시 한번 다른 광원의 빛을 사용해 영상 빛으로 불러내 100인치 크기의 대화면에 매우 밝고 정교한 영상을 투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브라운관은 휘도(밝기)를 높이게 되면 화면의 해상도가 떨어지는 결점이 있다. 반대로 액정에서는 해상도를 높이려면 미세한 액정분자를 가득 채워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휘도는 떨어지게 된다.
ILA는 브라운관과 액정의 이러한 특수성을 교묘히 결합시켜 밝기와 해상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그러나 ILA는 영상을 표시하기 위해 그 영상을 담고 있는 브라운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응용제품의 경우 부피가 커지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빅터는 액정에 영상을 전기신호로 집적, 입력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자 즉 DILA를 개발한 것이다. 동시에 이를 통해 장치의 소형·경량화를 실현했다. 실제로 현재 이 D-ILA는 가볍고 작은 고휘도 타입의 프로젝터로 제품화돼 있다.
빅터는 이 DILA를 오는 2002년 TV 등 가정용 기기로도 보급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빅터가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우선하는 것은 밝기와 소비전력의 절묘한 조화다.
가정용 기기로 사용하기 위해선 물론 장치의 소형화·경량화가 필요하지만 소비전력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한 예로 특수소자에 써넣은 영상신호를 읽어내는 광원의 크기나 소비전력을 제한할 경우 밝기가 약해져 심하면 화면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빅터가 벌이는 작업은 광학계통의 개량. 목적은 렌즈 등을 사용해 광원의 램프로부터 DILA 소자에 도달하는 빛의 양을 조절(확대)하는 것이다.
광원의 빛이 실제 투사될 때 어느 정도 사용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이용효율은 현재 제품화돼 있는 프로젝터에서 12, 3%를 나타내고 있다. 빅터는 광학계의 개량으로 이 효율이 4∼5배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급의 관건인 가격도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DILA방식 프로젝터는 168만엔에 판매되고 있는데, 가정용 기기가 이 정도 가격이라면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 빅터는 구조가 복잡하고 부품수가 많은 DILA 방식의 특징을 감안해 부품의 자체 조달 등을 통해 가격을 현행 브라운관 TV와 같은 인치당 3000엔으로 낮춰 나갈 계획이다.
PDP의 경우는 현재 42인치형의 가격이 100만∼150만엔을 형성하고 있고, 오는 2002년 「인치당 1만엔 이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인치당 3000엔을 실현하면 DILA는 가격경쟁에서 승산이 있는 셈이다.
DILA는 현재 빅터 이외는 개발하지 않고 있다. 벽걸이TV의 주력 디스플레이로 기대되며 이미 양산단계에 들어가 있는 PDP나 TFT LCD 등에 대항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빅터의 기술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