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증자 "타이거펀드" 행보 촉각

 지난 14일 SK텔레콤이 유상증자를 확정한 이사회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일부 주주 가운데 특히 타이거펀드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SK텔레콤의 증자를 반대한 주주는 한국통신·참여연대·타이거펀드지만 그 속내를 보면 이들의 시각은 약간씩 엇갈린다. 경쟁사이면서 경영권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한국통신과 경영의 투명성 및 소액주주의 이해를 대변하는 참여연대는 그렇다치더라도 업계가 타이거펀드에 주목하는 것은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투자한 외국계 펀드의 대표격이기 때문이다. 타이거펀드는 현재 SK텔레콤 지분 6.66%를 갖고 있는 3대 주주다.

 문제는 외국계 펀드가 단기수익에만 초점을 맞춘 채 투자한 한국기업의 장기경영전략과 배치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경영이 주주 이익의 극대화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 하는 방법론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번 SK텔레콤의 증자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타이거펀드는 증자를 단행할 경우 주가 하락이 예견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타이거펀드가 SK주식을 사들인 평균 가격이 50만원대인데 최근 주가가 그 3배인 160만원대를 호가하고 있어 투자 수익은 충분하고 이에 따라 매도 시점만 저울질하고 있는 판에 유상증자라는 변수가 발생,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만약 이런 해석이 사실이라면 비단 SK텔레콤뿐 아니라 외국계 펀드의 투자를 유치한 여타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들도 강 건너 불구경할 때는 아니다. 물론 펀드의 속성이 장단기 시세차익이란 점은 인정하지만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중장기 경영전략이 자칫 이들의 이해와 어긋날 경우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이후 이루어진 기간통신사업자의 외자 도입이 전략적 제휴보다는 펀드자금 유치에 주력, 이같은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 증자 논란은 역시 외국계 펀드는 「친구」라기보다는 부담스런 지원자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