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91)

 윤대섭은 목상의 한 해 후배였다. 그는 부선망 단대독자(父先亡 單代獨子)였던 관계로 군에 6개월간 복무하다가 의가사 제대를 하고 전문대학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했다. 한 해 전부터 이 회사에 들어와 일하고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그를 알고 있었으나 특별하게 개인적인 친분을 가진 일은 없었다. 다만 그가 컴퓨터반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따름이었다.

 『기술실에서 하는 일이 컴퓨터 조립이 전부입니까?』

 나는 나의 책상 위를 정리하면서 노 과장에게 물었다. 전처럼 실장의 방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전에 차장이 앉았음직한 한쪽의 책상이 과장 자리였다.

 『컴퓨터 조립이라고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지 않소. 당신은 뭐 개발할 것이 잔뜩 있는 느낌을 주는데?』

 『그렇습니다. 개인 혼자 하기는 어려워도 이렇게 회사 기술실에서 해야 할일은 많죠.』

 『기술 개발이라는 것은 불확실해. 오너(회장)도 마찬가지고 우리 홍 사장 역시 당장 상품이 되는 것을 원해요.』

 『당장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을 개발하면 되잖아요.』

 『예를 들면 어떤 것이오?』

 『앞으로 전망이 있는 것이 워드프로세서입니다.』

 『맞아요. 전망이 있습니다.』

 듣고 있던 윤대섭이 소리쳤다. 그도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워드프로세서?』

 『그렇습니다. 지금 들여오는 것은 모두 영문 위주로 되어 있고, 통합 호환이 되지 않습니다. 고려시스템산업에서 내놓은 「워드88」도 「워드80」과 별로 차이없는 데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일반인들에게는 활용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워드프로세서는 KAIST에서 개발 중인 것으로 아는데, 우리가 충분한 자금 지원도 없이 해낼 수 있겠소?』

 『저에게 맡겨 주신다면 하겠습니다.』

 내가 자신있게 대답했지만 노 과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런 문제는 기술실 책임자의 능력으로는 결정이 되지는 않는다. 전에 있던 허성규 실장이라면 추진하자고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최 사장과 같이 저돌적인 경영자가 있을 경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