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자사 지분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이는 SK텔레콤·하나로통신 등 주요 사업자의 경영권 다툼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상대적으로 안정적 지분을 갖고 있던 비상장 이동전화사업자들이 경영권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특히 이동전화사업자들을 겨냥, 최근 코스닥 등록기준이 크게 완화되고 있지만 일부 사업자들은 지분 방어를 위해 코스닥 진출까지 보류, 경영권 방어에 만전을 기하는 상태다.
SK텔레콤을 제외한 4개 이동전화사업자 중 현재 코스닥시장 진출을 확정한 사업자는 한국통신프리텔 한 곳뿐이다. 한국통신프리텔은 이른 시일 안에 코스닥에 등록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오는 9월 7일을 등록예정일로 잡았다.
한통프리텔은 장외 사채시장에서 주당 4만∼5만원을 호가하고 있는 자사 주식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려 주식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신세기통신과 LG텔레콤·한솔PCS 등 다른 세 사업자들은 올해 안에 코스닥에 등록할 것이라는 주위의 예상과 달리 등록을 보류한 상황이다.
신세기통신은 대주주인 포철과 코오롱이 모든 주식에 대해 우선매입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코스닥시장 진출이 이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 진출여부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우선매입권이 포기된 상태에서 자칫 잘못하면 자사 지분관리는 물론 1, 2대 주주의 경영권 방어도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신세기 관계자들은 이달초 주주였던 대륭정밀이 우선매입권을 위반하며 자사 주식 31만6674주를 53억8300만원에 처분했고 지금까지 매수자 매도자 모두 명의변경 요구도 하지 않고 있어 적대적 지분인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텔레콤도 영국 브리티시텔레컴(BT)과 합작조건에 지분변동 문제는 양측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올해 중 등록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LG구조조정본부로부터 코스닥시장 진출을 우선 유보한다는 내용의 지침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올해 중 코스닥 진출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T와의 의견조율도 중요하지만 정보통신시장에서 물고 물리는 경영권 다툼이 화두가 되고 있어 지분 방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장외 사채시장에서 최근 모 투자자가 LG텔레콤 주식을 계속 인수하고 있다는 첩보까지 전해져 LG의 코스닥 진출시기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솔PCS도 코스닥 등록시기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 회사 내부적으로는 코스닥 진출을 희망하고 있으며 이를 일부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대주주인 BCI와 입장이 다를 수 있어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솔PCS는 우선 이달말로 예정된 이사회를 통과한 후 양측의 입장조율작업을 거쳐야만 코스닥 진출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보통신업계의 경영권 다툼과 구조조정 논란 속에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코스닥 진출은 예측불허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