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벤처기업들, "시스코 아성"에 도전장

 에이비시 시스템스·넥사비트 네트웍스·플러리스·주니퍼 네트웍스 등 네트워크 벤처기업들이 네트워크업계 1위 업체인 시스코에 최근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시스코는 연간 매출액이 80억달러, 기업가치는 1000억달러에 달하는 네트워크 분야 부동의 1위 업체로 라우팅 기술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시스코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라우팅 기술은 네트워크 환경에서 경로를 설정, 통신망간의 주소를 변환하거나 프로토콜을 맞게 변환하는 기술로 시스코는 이 기술을 발판으로 「네트워크 업계의 IBM」으로 발돋움했다.

 이같이 시스코가 독점하고 있는 라우터 시장에 네트워크 벤처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들 벤처기업이 개발, 최근 본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라우터는 차세대 네트워크장비인 테라비트급 라우터.

 테라비트 라우터는 현재의 기가비트급 라우터 뒤를 이어 앞으로 초고속 네트워크 백본망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네트워크장비다.

 이들이 테라비트장비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시스코가 독점하고 있는 기가비트 라우터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보다 현재 무주공산인 테라비트급 라우터 시장 진출을 서둘러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들은 앞으로 멀티미디어 데이터 및 인터넷 사용자 급증으로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테라비트 라우터 활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서비스업체(ISP) 및 일반기업들도 네트워크장비를 한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것보다 여러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을 경우, 우수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고 특히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통신사업자 프런티어의 덕 히키 데이터통신 부사장은 『프런티어는 향상된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기를 원한다』고 전제하고 『그 기술만 우수하면 기존업체, 벤처기업을 따지지 않고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 신생 벤처기업은 테라비트 라우터 기술 및 제품 개발을 위해 시스코의 경쟁사로부터 자본금을 대거 확보, 이를 통해 연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에이비시는 지난해 노텔 네트웍스에 자사 지분 20%를 매각, 3900만달러의 자금을 확보했고 주니퍼는 스리콤·IBM·지멘스AG·에릭슨 등으로부터 62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 외에 넥사비트·플러리스 등도 벤처지원 업체 및 정보기술 업체로부터 대규모 투자자금을 속속 확보하고 있다.

 이같은 연구자금을 발판으로 이들은 주요 통신사업자 및 네트워크업체와 테라비트 라우터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최근 들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에이비시는 자사의 테라비트 라우터 「테라비트 스위치라우터(TSR)」를 스프린트·노텔·GST텔레커뮤니케이션스 등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특히 이 제품은 현재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인터넷 사업인 「넥스트 제너레이션 인터넷(NGI)」의 기간망 구축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넥사비트는 초당 6.4테라비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라우터 「NX 64000」을 미국 데이터 통신사업자 프런티어 커뮤니케이션스에 납품, 프런티어가 현재 구축하고 있는 미 전역 백본망에 이 제품이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플러리스·주니퍼 등이 주요 통신업체와 자사의 라우터 판매에 대해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시스코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이 남아 있다.

 우선 이들은 시스코의 「IOS(Internetwork Operating System)」와 같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시스코 제품의 강점인 안정성 및 신뢰성을 고객에게 심어줘야 한다.

 특히 최근 네트워크업계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음성과 데이터 통합을 지원하는 기술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가 따르는 음성·데이터 통합에 자본력 및 기술력이 부족한 신생업체들이 과연 나설 수 있겠느냐는 점이 의문시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들이 시스코의 라우터 기술을 탐내고 있는 노텔이나 루슨트에 인수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네트워크업계의 기술혁신은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이같은 기술을 발판으로 이들이 다음 세기에 또 다른 시스코로 부상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