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시대 본격 개막 임박

 「전자화폐 시대가 열리려나.」 그동안 해외 금융·정보통신업계를 중심으로 논의에만 그쳐왔던 각종 전자화폐사업이 올해말을 기점으로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마스타카드의 몬덱스를 필두로 비자가 주축이 된 「CEPS」도 서서히 얼굴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전자상거래(EC)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온라인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도 지불결제수단의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계 카드사와 정보통신업계의 발빠른 움직임과 달리 한국은행·금융결제원의 한국형 전자화폐(KEP)사업은 국내 금융권의 외면으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 시범사업 추진에 급급한 상황이다.

 마스타카드가 사운을 걸고 추진중인 몬덱스사업이 올들어 급류를 타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한양대 몬덱스 프로그램 외에도 대규모 상용프로젝트로 발표된 것만 3건. 신축중인 코엑스의 몬덱스 적용, 제주도와의 협력사업, 한국통신 IC카드 공중전화와의 결합 등 하나같이 굵직한 사업들이다. 한양대 몬덱스카드는 올 9월까지 시스템을 구축, 12월까지 1000여대의 단말기 설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이어 2, 3개월간의 테스트를 거친 뒤 내년 1학기 개강과 동시에 몬덱스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학내 일부 IC카드 공중전화기에도 몬덱스를 통한 자금 이체기능을 이 기간에 구축하기로 했다. 코엑스의 경우 올 9월부터 단말기 설치에 들어가 내년 3월부터는 상용서비스에 착수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올해말부터 500대 규모의 단말기를 설치하고 내년 5월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제주도 프로젝트를 위해 IC카드단말기 전문업체인 서울정보산업(대표 이중백)은 「트래블러스카드인터내셔널제주」라는 현지법인을 최근 설립 완료하고 몬덱스 인프라 구축 및 관리를 담당하는 등 협력관계를 갖기로 마스타측과 합의했다.

 CEPS는 비자·유로페이·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해외 카드사들이 공동 합의한 차세대 표준 전자화폐 규격. 마스타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합류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는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정산 처리비용을 크게 줄이면서도 자금추적이 가능한 점 등은 국내 금융환경에도 정서상 가깝다는 게 일선 카드업계의 견해다. 비자는 지난 3월 CEPS의 기술규격을 공개한 뒤 일단 올해말 시제품을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이를 토대로 내년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비자는 이를 위해 최근 국내 회원사 대상의 CEPS 관련 세미나를 열고 향후 전자화폐 보급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동성정보통신이 네트워크형 전자화폐 「아이캐시」를 선보인 뒤 대중적인 확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청소년 등 신용카드 미소지자의 지불결제 수단이 요구됨에 따라 소액 네트워크형 전자화폐가 새로운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쇼핑몰업체와 몇몇 정보통신업체들이 제휴를 통해 본격 도입을 시도할 경우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는 올 하반기부터 새로운 지불수단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 해외 카드사와 국내 정보통신업체들이 주도하는 전자화폐사업에는 국가정보원의 보안성 심의라는 암초가 잠복해 있는데다 관련 법·제도 정비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또한 금융정보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KEP 프로젝트가 올 하반기 시범사업에 12개 회원기관만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답보상태를 면치 못해 민간업계 주도의 전자화폐사업은 당국의 「눈치」를 봐가며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실정이다.

 국내 전자화폐사업이 일단 궤도에 오르긴 했지만 앞으로도 순항할 수 있을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