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맨해튼」이라는 여의도에 황조롱이 한 쌍이 날아들어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모습이 최근 TV에 방영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는 독수리과에 속하는 맹금류(猛禽類)로 참새와 같은 작은 새나 쥐를 먹이로 하는데 물어온 먹이감을 부리로 찢어 새끼들에게 먹이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우리나라 벤처정책은 미국 벤처산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미국 대기업이 실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89∼92년에 종업원 100∼1000명의 중견기업에서는 20만명이나 감원됐으나 100명 이하의 소기업은 100만명 이상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또 90년 이후 미국의 소기업인 벤처기업들은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 1000%, 수익률 500%라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여 미국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정보통신분야의 벤처기업들은 97년 말 현재 미 국내총생산(GDP)의 33%를 차지하면서 미국의 산업구조를 첨단산업 위주로 성장시켰다. 이처럼 미국 경제를 부흥시킨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80년대 2차산업을 주업종으로 한 대기업의 구조조정 결과 재정 및 무역 적자가 사상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실업률도 8%에 육박하였지만 정보통신분야 특히 첨단산업의 급성장으로 이를 극복하였다.
미국 정부는 80년 말 대기업의 구조조정 이후 방향은 컴퓨터를 기본으로 한 정보산업이라는 인식 아래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첨단기술분야 특히 소프트웨어에 중점투자를 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도 늦깎이 기업구조조정으로 경기후퇴의 몸살을 앓고 있다. 어려운 우리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분야를 육성해야 한다. 특히 정보통신분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산업에 집중투자하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예이기는 하지만 98년 벤처캐피털 투자액의 34%가 소프트웨어분야였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은 98년 세계 소프트웨어산업 생산액 대비 0.6% 수준으로서 50%대를 점하고 있는 미국에 비하면 유치한 수준이라 하겠다.
우리가 미국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첫째, 예비창업자를 범정부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소프트웨어고등학교 신설과 대학에 소프트웨어 관련학과를 개설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산업 인력의 재교육도 필요한 일이다.
둘째, 백화점식 종합판매를 해야 한다. 아이디어·개발인력·반제품·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련된 모든 것을 판매해야 한다.
셋째, 총력을 다한 전방위 판매를 해야 한다. 인터넷 등 사이버마켓은 물론이요, 실물시장을 활성화하여 전향적이고 총력적인 판매에 힘을 기울여야겠다.
넷째, 미국시장이 세계시장이라고 볼 때 미국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미국시장에서 판매해야 한다.
다섯째, 소프트웨어 선진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국제협력과 이들 국가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소프트웨어 신상품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소프트웨어 선진제국에 교두보를 마련해 나가야겠다.
우리나라만의 독불장군식 개발보다는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하고, 마케팅부문에서도 전략적 제휴를 해야 할 것이다.
국산 SF영화 「용가리」가 올해 일본과 150만 달러에 수출계약이 체결됐다고 한다. 지난해 전세계를 휩쓴 미국 영화 「타이타닉」은 2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자동차 1000만대를 수출한 금액보다 많은 액수다.
새끼 황조롱이가 알에서 깨어날 때 안에서 껍질을 쪼아대고 어미 황조롱이가 밖에서 알을 깨뜨려 주듯 세계시장으로 진출을 꿈꾸는 예비창업자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일은 줄탁지교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어린 황조롱이가 저절로 용맹스런 독수리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날갯짓과 비상을 익힌 후에라야 새 중의 왕이라 일컬어지는 독수리가 되는 것이다.
<닭이 알을 깔 때에 껍질 속에서 병아리의 우는 소리를 「줄(탁)」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啄)」이라 하며 「줄탁」은 이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임>
<박영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