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96)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회사 방침이 그러니 물건을 팔려면 있고, 그것이 싫으면 회사를 그만 두게. 무슨 말인지 알겠나?』

 『회사 방침이라고 하시는데 그것은 사장님이 바꾸시면 되잖습니까.』

 『회장님도 이 방침을 좋아하셨어. 실제 판매고가 올라가니까 좋아하시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그것은 잘못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사탕이 달다고 그것만 빨고 있으면 회사는 망합니다. 먼 미래를 바라봐야 합니다.』

 『이 친구 정말 못 말리겠군. 듣기 싫다니까. 나가게.』

 홍 사장은 손짓을 하고는 안경다리를 만지더니 회전의자를 홱 돌려 돌아앉았다. 나를 앞에 두고 돌아앉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지만, 나는 웃지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내가 나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자 홍 사장이 벌떡 일어나 나가버렸다.

 나는 기술실로 돌아와서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내 표정을 보고 노 과장이 물었다.

 『어떤가? 역시 안된다고 하지? 자네가 설득을 한다고 될 일이면 내가 올렸을 때 결재했겠지. 홍 사장은 기술자 출신이 아니어서 개발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일세. 연구 개발은 무조건 돈이 나가는 것으로만 생각하니까.』

 『저, 사표를 쓰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책상 앞에 있는 서류철에서 종이를 꺼내 폈다. 그리고 서랍을 열고 볼펜을 꺼냈다. 노 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오면서 만류했다.

 『왜 그래? 사장님한테 무슨 말을 들었나?』

 『네. 물건을 팔기 싫으면 그만두라고 하더군요. 저는 기술자이지, 판매원이 아닙니다.』

 『그건 알아. 그렇지만 우리 모두 마지못해 일하고 있지 않는가.』

 『판매도 좋습니다. 그러나 워드프로세서같은 필요한 프로젝트를 개발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이 회사는 장래가 의심스럽습니다. 저는 입대 전에 이 회사에서 제대로 월급이 안 나와도 사표쓸 생각을 한번도 한 일이 없습니다. 6개월째 월급이 지급되지 않아 자취하는 처지에 먹을 것이 없어 굶어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연구개발이 좋아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굶주리면서도 이 회사를 떠나지 않은 것은 기술개발의 보람과 재미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회사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