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전화요금 인상이 시행 1주일을 남긴 지난 23일 오후 당정협의를 통해 전격 유보돼 국내외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한국 정부의 신뢰도 저하 및 해외투자가들의 소송제기가 우려된다.
지난달 한국통신과 정보통신부가 한국통신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앞서 해외투자가들에게 시내전화요금 인상을 천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해외투자가들은 한국 정부의 장관까지 나서서 약속한 시내전화요금 현실화를 믿고 DR를 인수했기 때문에 계약불이행을 따지며 강력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내전화요금 인상 유보결정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기획했던 사이버코리아21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정보통신부는 2002년까지 음성 위주인 현재의 통신망을 초고속통신망으로 고도화하기 위해 총 10조3853억원을 투자하고 이를 통해 신규 일자리 100만 창출 및 118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꾀한다는 사이버코리아21 프로젝트를 수립했었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한국통신은 전체 소요재원의 78%인 8조1140억원을 통신망 고도화에 투자하게 돼있고 조달방법의 핵심은 시내전화요금 인상이었다.
한국통신은 정통부와의 협의를 통해 소요재원 중 2조500억원은 자체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합리화방식으로 충당하고 해외DR발행과 금융권으로부터의 추가차입을 통해 각각 2조2500억원과 2조1500억원을 조달하며 전체 투자액의 20.2%인 1조6300억원은 시내전화요금 인상으로 갈음키로 했었다.
이 가운데 구조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내전화요금 인상 유보는 결국 사이버코리아21과 한국통신의 통신망 고도화계획이 어떤 식으로든 수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갈 전망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통신망 고도화를 위한 투자와는 별개로 1조원에 달하는 자금소요가 발생, 한국통신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형편이다.
자회사인 한국통신프리텔의 전환사채 발행 및 유상증자와 2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유상증자, 3차 명예퇴직에 따른 퇴직금 수요 등이다.
한국통신 자금담당자는 이 3가지 문제해결을 위해 8월말까지 1조원 이상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내전화요금 인상이 유보된다면 투자계획의 전면수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한국통신측의 설명이다.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경영진과 대립하고 있는 한국통신 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23일 확정된 시내전화요금 인상 유보결정은 경영진의 구조조정 추진에 대한 명분을 상당부분 퇴색시킬 전망이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