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전화 요금 현실화 계획이 최근 열린 당정회의에서 전격 유보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많은 문제점이 있다.
올봄부터 공청회와 관계부처간 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 마련된 전화요금 현실화 계획이 서민들의 가계부담 가중이라는 여당의 정치논리에 밀려, 그것도 오는 7월 1일부터의 시행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유보됨으로써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이 해외 투자가들에 대한 신뢰도 상실문제다.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정부의 한국통신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원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시내전화 요금을 오는 7월부터 현실화하겠으며 재정경제부와도 이 문제를 협의했다』며 전화요금 현실화를 기정사실화한 바 있는데 이는 정부가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한국통신의 수익성 제고를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한국통신 DR발행이 세계 주식시장의 심장부인 뉴욕증시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성공리에 매듭지어진 것도 해외투자가들이 정부의 이같은 약속을 믿고 투자에 앞다퉈 나섰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한달도 안 된 이 시점에서 정부가 외국인 투자가들에 한 약속을 어긴 꼴이 됐으니 정부의 대외신인도는 물론 한국의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투자가들의 소송제기가 우려된다는 것도 이런 이유다.
또 이번 조치는 여타 많은 공기업의 DR발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문제는 심각하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초고속망 조기 구축계획의 차질이다.
정부는 오는 2002년까지 초고속통신망 구축을 위해 총 10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이른바 「사이버코리아 21」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지만 이 계획의 골격은 한국통신이 전화요금 인상 등으로 마련된 재원을 통해 총 소요자금의 78%인 8조1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코리아 21」 계획의 중요성을 구태여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를 앞당겨 실현하기 위한 정보화 투자요, 동시에 강력한 경제위기 극복수단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신규 일자리 100만 창출 및 118조원의 생산유발 효과 등을 기대하는 것도 우리경제의 핵심적 고성장 산업인 정보통신산업을 통해 IMF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결코 차질을 초래케 해서는 안될 사업이다.
한국통신은 또 장기적으로 오는 2010년까지 총 27조원의 초고속통신망 구축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 역시 부담요인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이번 시내전화요금의 현실화 유보조치는 꿈의 차세대 이동전화라 불리는 「IMT2000」 사업 등 대내외적으로 많은 사업들의 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문제는 정부의 이에대한 사업권 허가여부가 전제조건이긴 하지만 이미 동기식 및 비동기식에 관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해 놓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직간접적인 참여가 또한 바람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통신은 그렇지 않아도 현재 자회사인 한국통신프리텔의 전환사채 발행 및 유상증자와 2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유상증자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따라서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내전화요금 현실화 유보조치는 빠른 시일내에 해제, 현실화되어야 한다. 수익성사업이 아닌 공익성사업인 시내전화요금의 현실화조치를 더이상 늦출 이유는 없다.
정부가 한국통신의 시내전화사업을 분리한 것도 기간통신사업자의 공익성 사업과 수익성 사업을 분리, 공익성 사업에 대해선 민간기업의 경쟁원리를 도입키 위한 것으로 기업합병과 인수 등 기업경영에 최대한 탄력성을 부여해야 하는 동시에 관계전문가들이 실시한 원가분석 결과 심각한 적자요인이 나타났다면 이 또한 당연히 제품가격에 반영시켜야 한다.
또 서민들의 가계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하지만 0.0866% P의 물가상승 요인으로 큰 부담이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