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가 진전될수록 예기치 않은 부작용·역작용으로 사회문제가 일어난다. 음란물 유포, 저작권 침해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정보법학회는 창립 3주년 기념으로 「통신망을 통한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및 음란물 유통에 대한 바람직한 규제방향」이란 주제의 심포지엄을 가졌다. 주요 발표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편집자>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침해 대책-정진섭 서울지검 부장검사>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된 지금 지식과 정보는 날로 중요한 자본으로 부각되고, 특히 WTO체제 이후 지적재산권의 국제적 보호추세와 맞물려 컴퓨터 프로그램, 즉 소프트웨어는 법적 보호대상으로서 재산권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SW 복제사용에 대한 단속은 검찰 등 수사기관의 이러한 인식에 따른 것이며, 특히 최근의 환경변화, 즉 대외적으로는 미국 등 선진외국 통상압력의 빌미를 줄 소지가 있는 점, 대내적으로는 만연한 불법복제로 인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가 지나치게 위축돼 결국은 이러한 현상으로 말미암아 고사할 지경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특별히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적극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다만 저작권의 국제적 보호 경향에 따라 우리 같은 지식 약소국의 경우 복제사용에 대한 단속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기반조성에 긍정적이란 측면과 대부분 외국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국내 현실속에서 지나친 단속과 이에 대한 보호가 결코 국내 연구환경이나 산업환경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측면이 수사기관의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정책적 딜레마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네트워크 환경 고도화에 따른 저작권 침해행위의 광역성·신속성 등에 대해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역량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며, 저작권 침해사범에 대한 법정형, 소추요건상 친고죄 존치여부, 통신상 ISP들의 불법복제자료 다운로드 방치에 대한 형사적 책임 등 새로운 법률적 쟁점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지식과 정보가 가장 우선적인 가치가 되는 정보사회의 길목에서 수사기관의 이러한 침해행위 대응은 보다 전문적이고 기민할 필요가 있으며 위반사범에 대한 처벌은 엄격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외국인 프로그램저작권 보호-최정환 두우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정보사회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위치는 단순한 저작물이 아니라 정보사회의 기본을 구성하는 중요한 재화로 인식되고 있는 바, 전세계적인 동등한 보호가 필요하게 되었고, 우리나라도 WTO의 지적재산권보호에 관한 부속협정(TRIPs)에 따라 외국인의 컴퓨터 프로그램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보호하고 있다.
외국인 컴퓨터 프로그램 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불만과 요구사항을 검토하는 것도 외부의 시각에서 우리나라 보호제도를 다시 본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외국인 컴퓨터 프로그램 사업자들의 현행 보호체계에 대한 문제제기는 불법복제 단속 미흡이라는 점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현행법제 하에서 불법복제에 대한 처벌을 친고죄로 규정함에 따른 단속의 소극성, 고소권자의 정보부재로 인한 처벌의 불가능성, 고소에 따른 절차의 지연 등을 가장 큰 문제로 제기하며, 이와 함께 형사처벌의 미흡, 단속요원의 부족과 전문성 결여, 단속활동에서의 내외국인 차별 등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친고죄 폐지, 형사처벌 규정 강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확대, 민사상 압류절차의 확립, 기술적 보호조치의 보호, 프로그램 저작권 보호 예외조항의 제한 등에 관한 법률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 외국인 프로그램 사업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특허출원문제와 리버스 엔지니어링의 허용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외국인 프로그램 사업자들이 지적하는 현행 보호체계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우선 시급한 개선책으로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 등록제도의 개선, 컴퓨터 프로그램 관리체제의 통일, 정보통신부 등 단속공무원에 대한 준사법권 부여 등의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며, 이와 아울러 외국인 프로그램 사업자들의 지속적인 불법복제 방지노력과 한국 실정에 맞는 마케팅전략의 채택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음란물 규제와 사업자 책임 문제-방석호 홍익대 법학과 교수>
인터넷과 같은 통신망을 통해 음란물을 유통한 국내 사업자는 특히 형사책임의 경우 현재 전기통신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책임을 묻게 된다. 전기통신기본법은 현행 형법 제243조의 규정을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행위에 대해 특별히 구체화한 것이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은 음란물이 아니라 「불온통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심의의 범위를 넓히고 있고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시정요구를 정보통신부 장관이 임명, 구성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1차적으로 담당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사적 자치의 한계를 지우는 민법 제103조의 기준과 동일한 기준으로 「불온통신」의 개념을 설정, 내용물에 대한 규제를 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업자는 약관의 형태로 이를 담아 채무불이행 책임에 대해서는 서비스 제공에 따른 계약의무 자체를 부정하고, 불법행위 책임의 경우에는 자신의 귀책사유를 인정하지 않게 될 수 있다.
형사책임 역시 「불온통신」이라는 포괄적 기준에 의해 음란물을 포함한 다수의 내용물이 미리 사전심의를 받고 오게 된다면 내용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ISP의 경우에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 메커니즘에 의존함으로써 공범이 되는 위험을 피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불온통신」의 기준 자체가 사업자에게는 자기 책임원리에 따라 민사책임을 부담해야 되는 경우까지도 오히려 쉽게 면책될 수 있는 근거로 제공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이용자에게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구조를 피해 더욱 은밀한 방법으로 음란물 내지 청소년을 상대로 한 저속한 표현물을 유통시킬 방편을 찾게 만들며, 오히려 비영리 목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이용자에게는 정보에의 자유로운 접근이 차단되는 현재의 왜곡된 책임분담 구조는 시정돼야만 한다.
<음란물사범 효과적 단속 방안-이광형 서울지검 검사>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통해 음란물을 대량생산·대량유포하면서 사회의 성문화를 오염시키고 있는 음란물사범들은 가명 또는 도용한 아이디(ID)로 활동하고 있고 외국 서버를 이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고 있어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단속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음란물사범의 급격한 증가는 사이버공간의 「익명성」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그 익명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올해 7월부터 국내 컴퓨터 통신업체들을 중심으로 컴퓨터통신 실명제를 실시할 예정으로 있으나 그 실명제도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하는 범죄자에게는 실효성이 없어 사이버범죄의 근절에는 한계가 있다.
음란물사범의 추적을 위해 가장 중요한 단서는 인터넷서버의 접속기록이라 할 것이므로 각 컴퓨터통신업자들에게 접속기록을 작성해 일정 기간 보관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할 필요성이 있고, 그 접속기록에 발신지 추적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적 연구가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화통화를 대상으로 제정돼 있는 통신비밀보호법도 컴퓨터통신이나 인터넷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보완할 필요성이 있고,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는 죄명에 음란물 배포, 윤락알선, 성폭력행위 등이 제외돼 있으므로 그 죄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며, 비현실적인 관할규정은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컴퓨터 전문지식을 갖춘 수사관을 충분히 확보해 국외훈련을 통해 첨단 수사기법을 습득하도록 하고 수사장비의 확충을 위한 예산지원이 필수적이다.
최근 국제기구 등을 중심으로 음란물로부터 청소년과 아동을 보호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에 유의, 외국 사법당국과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이와 관련한 국제적 동향을 파악, 협약체결 등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
<손해배상법과 입법론적 검토-황찬현 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이 불법복제되는 등의 방법으로 침해된 경우 저작권자가 침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침해자가 위법행위로 저작권자의 매출감소를 이유로 손해를 구하는 것이고, 둘째로 침해자가 위법행위로 얻은 이익액을 빼앗아 저작권자의 손해로 구하는 것이며, 셋째로 침해자가 판매한 물량에 권리자가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로열티를 구하는 것이다.
첫번째 방법은 저작권자의 진품 프로그램과 침해자의 불법복제품만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어 다른 대체품이 없는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로 저작권자가 이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 경우는 적다. 두번째 방법은 침해자가 불법복제물을 판매해 얻은 순이익을 저작권자의 손해로 인정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침해자의 순이익을 알려면 침해자의 회계장부를 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권리자가 침해자의 회계장부를 보기 위해서는 민사소송법상의 문서제출명령제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문서제출명령제도는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향후 이 제도의 활성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 방법은 컴퓨터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등에서 제정한 로열티 액수에 정한 것이 있거나, 저작권자가 다른 업자와 사이에 체결한 로열티 약정이 있거나, 같은 업계의 관행이 있으면 그 약정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정보통신윤리위 심의 개선 방안-안동근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1995년 4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2에 의해 설립된 법정 독립기구로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민간자율기구를 표방하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정보통신 상에서 공개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내용을 심의하고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취해 우리 사회에서 불법 및 불건전정보의 유통 억제, 건전한 정보문화의 창달을 위해 발족됐다.
이러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수행하고 있는 국내 정보내용 심의현황을 분석하고 그를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심의기준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물론 현실성 있게 개선할 필요는 있을 것이나 지나치게 세부적인 심의기준은 오히려 경직성만 초래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심의기준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둘째, 사무국 심의지원팀과 상임 전문위원 및 비상임 전문위원으로 구성돼 있는 현재의 심의조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심의지원팀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며 상임 전문위원의 수를 늘려 늘어나는 심의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셋째, 심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의조치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후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핵티비즘 등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새롭게 발생되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일탈행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정리=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