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C통신동호회 노력 필요하다

 PC통신 동호회가 사이버 커뮤니티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한 만큼 이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이나 도덕적·윤리적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PC통신 동호회의 근본 취지가 회원간의 정보교환이나 친목도모라는 점을 인식해 운영진을 비롯한 회원 개개인이 그 영향력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도록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일부 동호회에서 회원수의 증가로 인해 확대된 영향력을 지나친 압력의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여론을 이기주의적인 방향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일부 동호회 운영진들이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기업·학원과 결탁하거나 공동구매 과정에서 기업에게 무리한 협찬금을 요구한다는 지적은 PC통신 동호회가 풀어나가야 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PC통신가에 적지 않게 나도는 이러한 구설수들은 동호회의 회원수와 영향력의 확대만큼 동호회의 사회적 책임이나 운영방식이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데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또 동호회가 초기에는 친목단체의 성격을 갖다가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 이익단체로 성향을 바꾸고, 동호회 활동 연령층이 아직 10대·20대가 주류여서 걸러지지 않은 의견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방향을 제시하는 운영진들이 1년 기간의 봉사직으로 대부분 묵묵히 일에 열중하기도 하지만 일부에선 개인의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좇아 무리를 빚고 있는 점은 빨리 시정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래서 이제는 PC통신서비스 업체들이 마구잡이식으로 동호회를 늘려나가기보다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가 사회적 책임을 지고 건전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방향정립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 하겠다.

 현재 천리안·하이텔·유니텔·나우누리 등 4대 PC통신 동호회를 합치면 1500개가 넘는다. 이들 동호회는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물론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건전한 비판과 감시기능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위해 힘을 규합하는 구심점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산 SW 구매운동」이라든가 「스크린 쿼터제 폐지 반대운동」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던 대표적인 사례이며 천리안 독도사랑동호회의 「한·일 어업협정 규탄운동」과 주부동호회 및 도시환경동호회가 함께 벌인 「영월 동강댐 건설 반대운동」도 사회적으로 호응이 컸던 대표적인 활동이라 하겠다.

 그러나 일부 동호회의 경우 사회참여에 급급한 나머지 전문성과 정보교환의 장이라는 동호회의 본질을 잊은 채 무리하게 여론을 규합하려다 오히려 빈축을 사는 경우도 많다.

 PC통신 대화방이나 게시판을 통한 충분한 토론 및 의견수렴 없이 일부 몇몇 회원들의 편협된 생각을 마치 회원 전체의 여론인 양 호도할 경우 이로 인해 벌어질 사회의 역기능은 만만치 않다. 또 극히 일부지만 반사회적인 활동이나 헛소문을 퍼뜨려 민심을 불안하게 하는 사건도 동호회를 통해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급기야 사법당국이나 PC통신서비스 업체들이 동호회 활동에 제재조치를 가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동호회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동호회 회원들의 사회적 영향력에 맞는 자율적인 정화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걸러진 의견을 바탕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동호회 회원들의 자율적인 정화노력이 먼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PC통신 동호회를 중심으로 결성된 사이버 커뮤니티가 현실세계를 움직이는 오피니언 리더 그룹으로 자리잡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건전하면서 책임을 질줄 아는 동호회만이 그들의 의견을 각계에서 인정해주게 되고, 그렇게 될 때만이 동호회를 통한 의견수렴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