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영준씨. 준비는 되어 있소?』
노 과장이 눈을 게슴치레하게 뜨고 나를 흘겨보았다. 그는 나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는 눈치였다.
『준비라고 한다면 되어 있죠. 왜냐하면 벤처 창업은 오래 전부터 꿈꾸어 오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기술적으로 준비되었다거나 자본이 마련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창업에 대한 준비를 항상 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기를 몰랐을 뿐이죠. 그렇다고 모든 것을 충족시키고 시작하려면 늦을 것입니다. 그 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사장과의 격돌이 그 시기를 정해준 계기가 되었지 않나 합니다. 벤처 창업에 필수조건 네 가지가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기술력, 자본, 성공 가능성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저의 입장은 그 모든 것을 충족시킬 만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도전해 보겠습니다.』
나는 술잔을 비우고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펄럭이는 포장마차 천 사이로 저편 밤하늘이 보였다. 빌딩 사이로 창가의 불빛과 함께 하늘의 별빛이 반짝였다.
『잘 해보시오. 당신은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봐요. 그래서 성공하면 나를 데려가시오.』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옆에서 말없이 술잔을 비우던 윤대섭이 맞장구를 쳤다. 그들은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었지만, 말이 씨가 된다고 훗날 그들을 모두 영입할 줄은 그 당시로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훗날 그들을 간부로 채용해서 함께 일하면서 물어보았다. 그날 포장마차에서 데려가 달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느냐고 물으니 거의 잊어버리고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그냥 지나치는 말로 한 것이지만 나는 그 말을 명심했다. 적어도 내가 성공해서 그들을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나는 미국과 일본에서 벤처 창업에 성공한 사례에 대한 글을 접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이지요.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고, 기술력이 뛰어나고, 자본이 많아도, 창업자 자신의 통찰력과 지도력, 비즈니스적인 감각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어요. 내가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것이 가장 불안한 요소입니다. 그것은 사업체가 크든 작든 창업자는 자질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