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주행중인 자동차에 도로나 인접시설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카내비게이션에 이어 사람의 길안내자 역할을 하게 될 「보행자용 카내비게이션」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중순 실제로 이 시장의 개척을 표방한 제품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세이코 엡슨이 내놓은 위치측정시스템(GPS:Global Position System) 안테나탑재 휴대정보단말기인 「GPS모빌커뮤니케이터 로케이시오(Locatio)」가 그것.
이 로케이시오의 최대 특징은 GPS 위성으로부터 수신한 전파를 사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측정해 화면의 지도상에 현재 위치를 표시하는 점이다.
이 제품은 게다가 27만화소의 고체촬상소자(CCD)를 탑재함으로써 디지털카메라로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케줄관리, 전자메일 송수신 기능도 갖추고 있다. PHS 모듈(DDI포켓전화 서비스에 대응)도 장착할 수 있다.
또 인터넷에 접속하면 주변의 시내 정보를 수신해 단말기에 내장한 지도상에 중첩해 표시할 수 있다. 로케이시오내장 지도에 수록한 지역 이외에서는 사이버맵 재팬이 운용하는 지도 관련 사이트 「마피온」의 지도 영상도 이용할 수 있다.
로케이시오에 부여된 임무는 보행자용 내비게이션이라는 신시장의 개척.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엡슨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하나로 묶어(일체화) 보급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도코모의 휴대폰 정보서비스 「i모드」가 통신과 콘텐츠를 일체화해 제공, 가입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도와 GPS를 결합해 세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엡슨은 로케이시오 투입과 동시에 콘텐츠 제공자들을 대거 모으고, GPS 기능을 최대한 사용해 지도와 연동한 시내 정보의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접속과 시내 정보를 제공하는 독자의 네트워크서비스 「아이포인트 네트워크」를 전국 규모로 형성해 3만곳 이상의 지도와 그와 연동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그 예로 피아와 쇼분샤는 각각 지도수첩이나 가이드북을 근거로 하는 시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지도상에 표시한 아이콘을 클릭해 레스토랑의 메뉴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웹페이지를 불러낼 수 있고, 요리종류나 식당이름을 검색하거나 탑재한 PHS를 사용해 그대로 예약할 수도 있다.
여행 관련 출판사업을 벌이고 있는 인터리미테드로직의 경우는 여행지에서 도움이 되는 관광지 정보를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온천이나 산장, 캠핑장, 편의점 등의 정보를 위치와 함께 제공해 지도상에서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엡슨은 이와 함께 위치정보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로케이시오의 사용자는 맘에 드는 식당이나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그 자리에서 필기체로 입력해 지도와 함께 메일로 송신하거나 전자게시판에 공개할 수 있다. 특히 내장돼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해 그 자리서 촬영한 영상정보도 첨가할 수 있다.
특히 로케이시오에 의한 서비스는 지금까지 나온 서비스로는 매우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일본에서 위치정보 서비스는 로케이시오가 처음이 아니다. NTT도코모의 「이마도코(지금 어디)서비스」 등 PHS를 기반으로 하는 위치정보 서비스가 이미 여러 곳에서 제공되고 있고, 휴대폰 기반의 서비스도 추진중이다. 그러나 PHS 서비스의 경우 100∼300m 간격으로 설치한 기지국을 토대로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측정하기 때문에 보행자용 정보서비스로는 정확도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휴대폰 서비스의 경우는 기지국 간격이 더 넓기 때문에 정확도가 더욱 문제가 된다.
이에 반해 로케이시오의 위치정보는 측정범위가 반경 100m 정도인 GPS를 사용하는 데다 엡슨이 별도로 오차보정(DGPS서비스)을 하기 때문에 오차범위가 수m로 매우 작다.
엡슨은 또 보행자용 내비게이션 시장의 확대를 위해 기능을 압축한 저가형 로케이시오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GPS 단말기의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는 경쟁업체에 대해 아이포인트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사실 GPS를 탑재한 휴대정보단말기의 상품화는 다른 제조업체에서도 추진하고 있다.
카시오계산기의 경우는 지난 5월 윈도CE 기기인 「E500」에 GPS안테나와 지도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시제품을 선보였는데, 이를 연내 상품화할 계획이다. 휴대정보단말기 최대 업체인 샤프도 GPS 단말기 투입을 목표로 오는 9월 독자의 네트워크 서비스 「스페이스타운」에서 지도데이터 서비스에 착수할 예정이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